유령 잡은 경찰… 유령투자사에 유령사이트까지 만들어 사기 행각 ‘덜미’

입력 2015-03-03 20:57
유령투자회사를 차려 투자자로부터 수십억원을 편취해 수배 중인 일당이 또 유령사이트를 통해 서민을 울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는 유령사이트를 개설해놓고 사회취약계층에게 접근해 보험상품 가입을 유도한 후 돈만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허모(32)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주범 허씨는 2012년부터 ‘비에이취 인베스트먼트(BH INVESTMENT)’라는 유령 주식투자회사를 운영하며 투자자 16명에게 42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배를 받던 중 또 사기 행각을 벌였다.

허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최모(63·여)씨 등 4명으로부터 노후보장 보험금 등 명목으로 9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 ‘희망을 전하는 행복나눔 재단’(givehappylove.wix.com/happygive)이라는 유령사이트를 개설해놓고 재산 및 소득수준에 따라 원금을 보장하고 높은 이자를 받게 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이트에 방문한 피해자들이 재단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이들에게 직접 보험가입을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유령사이트는 현재도 접속이 가능하며 희망나눔 저축지원사업, 희망키움 교육지원, 국내 빈곤층 지원사업, 세계극빈층 지원사업을 한다는 등으로 위장 광고를 하고 있다.

또한 허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월세를 싸게 해주겠다’며 나모(28)씨 등 4명으로부터 월세 보증금 1억6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이들은 미리 경기 안양과 분당 일대 오피스텔을 월세 계약 한 후 건물주 친인척 행세를 하며 집주인 명의 주민등록증, 인감증명서 등을 위조해 피해자들과 월세 계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주로 노인, 부녀자, 신용불량자, 간병인 등 사회취약계층에게 접근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추가 범행을 위해 계약해놓은 월세가 아직 더 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안양=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