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 분쟁’ 잠정 타결

입력 2015-03-03 20:53
영토에 이어 가스 분쟁에도 시달렸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중재한 3자협상을 통해 이달 말까지 우크라이나와 EU에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과 블라디미르 뎀치쉰 우크라이나 에너지석탄산업부 장관이 회담을 갖고 기존 합의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EU로 3월까지 가스 공급을 계속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협상에는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겸 에너지동맹 담당 집행위원도 중재역으로 참여했다.

3자는 그동안 분쟁의 원인이 돼온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가스공급 문제를 별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고, 지난해 10월 3자 협상에서 합의한 올해 3월까지의 가스공급은 기존 합의대로 이행하기로 했다.

노박 장관은 회담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공급해온 가스 문제는 추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세프코비치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의 (가스) 수요를 위한 동계 패키지가 온전히 이행되도록 가까스로 보장을 하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U는 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러시아에서 충당하며 이중 절반이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을 경유하기 때문에 수요 당사자나 다름없어 이번 협상을 적극 독려해왔다. 현재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타결된 러시아-우크라이나-EU 3자 회담의 합의안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당시 3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지고 있던 체불 가스대금(러시아 측 주장 53억 달러) 가운데 31억 달러를 연말까지 갚고 이후 가스 공급은 선불로 한다는 조건으로 그때까지 중단했던 공급을 올해 3월까지 한시적으로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EU의 적극적 중재로 한시적 해결 방안을 찾았던 가스분쟁은 그러나 최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자 간 이견으로 또다시 불거졌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 ‘나프토가스’는 지난달 22일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선지불된 대금에 해당하는 가스량의 절반도 안되는 양을 공급하고 있다며 러시아 측을 비난했다. 계약서에 규정된 하루 1억1400 세제곱미터(㎥)의 가스 대신 3800~4600㎥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스프롬이 계약을 철저히 이행할 것이란 확신이 서기 전까진 3월분 선불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가스프롬은 선불이 안 들어오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맞대응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급을 중단한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통제 지역으로 직접 가스를 보내면서 키예프로 가는 가스공급분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프토가스는 러시아가 동부 지역으로 직접 공급하는 가스에 대해선 돈을 내지 않겠다고 버텼다.

일단 브뤼셀 3자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가스공급 문제 논의를 미루고 3월까지 우크라이나와 EU로의 안정적 가스공급에 합의함으르써 협상은 잠정적으로 타결됐다. 3자는 이달 말 다시 만나 여름철 가스공급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