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패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과도한 법적용 및 수사기관의 악용 가능성과 함께 형평성 논란을 껴안고 출발하게 됐다.
특히 공공성을 이유로 언론사 직원과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법적용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시민단체 관계자와 국회의원, 사립학교 재단이사장 등은 제외시켰다. 여론에 등 떠밀려 법안을 처리하다보니 법의 원칙마저 심각히 훼손됐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는 공공의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시민사회 단체가 빠져있다. 또 사립학교 교직원은 법적용 대상이지만 재단 이사장은 오히려 제외다.
이를 놓고 여야 내부에서는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 등에 압력을 넣거나 부정청탁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시민단체 대표는 론스타측 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시민단체 출신인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 등이 주도한 정무위가 법안을 심사하면서 시민단체와 정치인의 예외 조항을 넓혔다는 지적이다. 정부 원안과 달리 정무위 최종안에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시민단체와 정치인의 면책조항으로 추가했다. 야당이 시민단체를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소속인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원칙과 기준이 편의적이고 자의적”이라며 “대기업 관계자,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는 왜 뺐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은 “우리 당이 주장했던 시민단체 적용이 관철이 되지 않아 아쉽다”며 “가장 큰 이권단체가 시민단체 아니냐”고 반문했다. 공공성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병원 등 의료 관계자, 은행 등 금융기관 관계자가 빠진 것도 논리적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당초 김영란법은 ‘벤츠 여검사’ ‘그랜저 검사’와 같은 고위 공직자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민간 영역을 공직자 수준으로 규제하려 한다면 법 적용 원칙을 둘러싼 잡음이 없어야한다는 지적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김영란법, 과도한 법적용·수사기관 악용 등 ´지뢰´ 안고 출발
입력 2015-03-03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