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처리는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진통을 겪었다.
여야 지도부의 전날 합의에도 “일단 통과시키자” “수정을 하자” 중구난방 논란이 이어졌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뻔히 문제가 보이는데 제가 어떻게 방망이를 두드리냐” “마음 같아서는 법안명만 통과시키고 싶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영란법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것은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예고안을 낸 뒤 2년 7개월만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법의 이름은 ‘김영란법’으로 동일하지만 내용은 많이 달라졌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내용이 크게 변하면서 논란 소지도 커졌다.
우선 법 적용대상이 임의적이라는 바뀌었다는 비판은 끝내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 원안은 국가공무원법 등으로 규정한 공직자와 공직자 가족만을 법 적용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국회 정무위원회는 ‘공공성이 크다’는 이유로 사립학교 교원과 민간 언론사 소속 언론인도 즉흥적으로 포함시켰다. 여야 지도부도 2일 협상에서 이를 수용했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 언론사까지 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비판 언론 ‘길들이기’에 법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사립학교 교직원은 법에 포함시키면서도 사립학교 재단 이사진은 제외한 것을 두고서는 법사위에서 논쟁이 이어졌다. 여야는 그러면서도 공익적 성격이 큰 시민단체, 의사, 변호사 등은 법 적용에서 제외해 ‘이중 잣대’라는 논란도 낳고 있다.
또 법 적용대상이 되는 공직자의 가족 범위를 ‘민법상 가족’에서 ‘배우자’ 한명으로만 대폭 축소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직자의 부모·형제 등을 통해 로비가 이뤄지더라도 처벌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또 법 시행 시점을 1년 6개월 뒤로 설정하면서 19대 국회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한 것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김영란법의 핵심으로 당초 정부안에 포함돼있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빠졌다. 이해충돌 방지는 공직자가 자신 또는 가족, 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려는 내용이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은 법사위 회의에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빠져 나가면서 김영란법이 내용적으로는 처벌 법규가 됐다”며 “처벌 법규의 주관 부서가 국민권익위원회가 맞냐”고 따지기도 했다. 국회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추후 입법키로 했지만 입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지도부는 김영란법 통과를 강조하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을 여론에 밀려서 통과시켜야 하느냐 하는 고민은 다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법의 대전제가 청렴사회를 건설하자는 그런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것인 만큼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일단 더 늦춰선 안 되겠다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금품수수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큰 성과”라면서도 “정권이 미운 언론이나 전교조 교사에 칼을 휘두를까 염려도 나온다. 법이 공정하게 운용되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여야,김영란법 마지막까지 논란..."법안명만 통과시키고 싶다”
입력 2015-03-03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