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하면 흔히 10대 아이들을 떠올리기 쉽지만 아프리카 케냐에는 90대 초등학생이 있다. 케냐 중부 엘도레트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과정을 밟고 있는 프리스키야 시티네이(92·사진)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CNN 방송은 2일(현지시간) ‘세계 최고령 초등학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시티네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녀는 “손자와 증손자 중에 학업을 포기한 아이들이 있다”며 “내가 직접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고자 진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시티네이는 케냐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태어나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 당시 식민지 백성들에게 학교교육은 허용되지 않았다. 출생 기록도 남아있지 않아 그녀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다. 다만 1923년 케냐를 강타한 대기근 무렵에 태어났다는 것만 알고 있어 편의상 1923년생으로 기록했을 뿐이다. 케냐는 1963년에야 독립했다.
그녀는 결혼 후 열 명의 자녀를 키우며 마을에서 산파(조산부)로 일해왔다.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그녀는 뒤늦은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그녀는 “수학이 가장 재밌다”면서 “세상에는 참 배울 게 많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의 데이비드 키냐누이 교장은 “그녀는 다른 학생들의 롤모델”이라면서 “심지어 체육 활동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의 한쪽 구석에 위치한 그녀의 기숙사도 조금 특별하다. 오두막 같이 생긴 그녀의 기숙사 입구에는 “교육에 있어 나이는 문제가 아니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그곳에서 그녀는 틈틈이 어린 후배들에게 어른으로서 삶의 지혜를 나누기도 한다고 CNN은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세계 최고령 초등학생 92세 케냐 할머니…"교육이 중요하단 걸 보여주고 싶어 나왔다"
입력 2015-03-03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