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데, 눈 앞이 뿌옇고 밤에 침침" 20~30대 젊은 녹내장 5년새 2.4배 증가

입력 2015-03-03 11:30 수정 2015-03-03 16:01

대학생 박모군(21)은 오랫동안 써왔던 안경을 벗고자 시력교정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시력교정수술을 하기 전 받은 정밀검사에서 박군은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노인성 실명질환이라 생각했던 녹내장이 20대인 자신에게 발병되었다는 뜻밖의 진단에 충격에 휩싸였다.

흔히 노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녹내장이 20~30대 젊은층에서도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 사이에 라식, 라섹 등 시력교정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수술 전 받는 안과정밀검사로 인해 녹내장을 조기에 찾아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에 영향을 주는 질병을 갖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시신경 손상으로 인해 주변부부터 시야가 점점 좁아져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누네안과병원의 3일 공개한 2010~2014년 녹내장 내원 환자 조사 결과, 녹내장 환자 수가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330명이었던 20~30대 녹내장 환자 수는 지난해 797명으로 2.4배 증가했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이라고 여겨졌던 녹내장의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는 이제 젊은 사람들도 노인성 안질환에 대해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노인성 안질환이라고 여겼던 녹내장이 20, 30대의 젊은 사람들에게서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젊은층 녹내장 진단 이유로는 건강검진으로 이상 소견을 발견한 경우가 32.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타 안과 증상으로 내원한 경우 31.55%, 타 병원에서 녹내장 진단으로 내원한 경우 17.67%, 시력교정수술 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된 경우 9.78%, 가족력으로 내원한 경우 5.99%, 고도근시로 인해 검사 진행을 한 경우 1.89% 등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대중들의 안질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자신의 눈 건강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건강검진의 보편화와 대중화된 시력교정수술로 수술 전 실시하는 안과정밀검사가 녹내장 조기 발견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인 녹내장은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없고 환자가 눈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시점에는 실명 직전인 경우가 많다.

질환을 알게 되어 병원을 찾아 치료한다고 해도 손상된 시신경을 되돌리는 것이 아닌 손상의 진행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누네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이소연 원장은 “노년층 대표 실명질환이었던 녹내장이 젊은 층에서도 유병률이 증가한다는 것은 충격적일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들도 1년에 한번씩 안과검진을 받는 등 눈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젊은층에서의 잦은 스테로이드 사용, 수면 무호흡증 등이 녹내장 발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편두통은 녹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