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가 사골도 아니고 진도 좀 나갑시다” ‘복사 붙여넣기’ 국정 교과서 우려먹기 논란

입력 2015-03-03 00:20 수정 2015-03-03 01:46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국정 교과서의 여러 부분이 5학년 교과서와 복사하듯 똑같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심층 학습이며 별 문제 없다”며 해명했는데 네티즌들은 “문제까지 같은데 무슨 심층 학습이냐”고 비웃었다.

2일 SBS보도에 따르면 올해 새로 지급된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 40페이지 정도가 5학년 교과서에 나왔던 내용과 똑같았다. 5학년 때 국어 교과서에 나온 삽화와 소설, 심지어 문제까지 그대로 가져다 쓴 듯 일치한 것이다.

교과서 반복 현상은 개정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SBS 전했다. 현재 초등 6학년생은 지난해까지 2007년에 개정된 교과서로 공부했지만 불과 2년 만인 2009년 교육과정이 또다시 바뀌면서 올해 새 교과서를 받게 됐고 일부 내용이 이전 그대로 실리게 됐다.

한 국어교과서 참고서 출판 담당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교과서 개정) 주기가 짧아서 더 문제가 된 것 같다”며 “(해당 학년이) 그런 피해를 많이 보는 게 사실이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집필진은 뛰어난 작품이라 2차례 배워도 무방하다고 황당한 해명을 늘어놓았다.

한 국어교과서 집필진은 “(중복된 것들이) 대체로 보면 명작이라고 할만한 작품”이라며 “그 작품이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역시 같은 내용을 놓고 5학년과 6학년이 해석하는 시각이 다른 만큼 오히려 심층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SBS는 전했다.

네티즌들은 “신개념 반복학습” “강제 복습”이라고 비꼬며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개정에서 저지른 실수에 억지 해명을 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심층 내용으로 배우는 거면 최소한 문제라도 바꿔야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교사라는 한 네티즌은 “교사입장에서도 난감하다. 어떤 방식으로 심화를 시키라는건지 지도서마저 똑같다”며 “국어만 이런게 아니라 다른 음악과목도 배운 노래가 많다. 아이들이 피해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모든 게 나이에 따라 해석하는 눈높이가 달라지는데 그러면 왜 교과서를 바꾸냐”면서 “그림이나 문제라도 바꾸던가 해야 하는데 어디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변명이라고 하냐. 기업같았으면 이런 실수를 한 사람은 짤리고도 남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