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명가의 초라한 몰락이었다. 프로배구 원년부터 매년 ‘봄 배구’ 단골손님이던 현대캐피탈이 프로배구 출범이래 처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현대캐피탈은 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원정경기에서 한국전력에 2대 3(25-23 25-23 25-27 21-25 13-15)으로 대역전패를 했다. 승점 1을 더한 현대캐피탈은 승점 48이 됐지만 남은 세 경기에서 최대로 챙길 수 있는 승점 9점을 모두 얻더라도 승점 57로 3위 한국전력(승점 61)과 4점 차이가 난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3, 4위간 승점 차가 3점 이내일 때만 치르게 돼 있는 준플레이오프에도 나갈 수 없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프로배구 원년이었던 2005시즌부터 챔피언결정전에서 두 차례나 우승하는 등 삼성화재와 함께 배구명가로 군림했지만 올 시즌 용병 교체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배수의 진을 친 현대캐피탈이 강서브를 앞세워 1, 2세트를 쉽게 따낸 뒤 3세트 22-17까지 앞설 때만 해도 현대캐피탈의 완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만화에나 볼 수 있는 올 시즌 프로배구 최고의 역전극이 펼쳐졌다. 한국전력이 쥬리치의 오픈공격과 하경민의 블로킹이 터지고 현대캐피탈 케빈의 백어택이 잇달아 범실로 이어지며 6득점, 단번에 역전에 성공했다. 듀스끝에 3세트를 가져온 한국전력은 쥬리치와 전광인의 강타가 살아나면서 4세트도 여유있게 따냈다.
한국전력은 5세트 11-11에서 쥬리치의 오픈공격 두 개로 앞선 뒤 매치포인트에서 전광인의 퀵오픈이 상대 코트에 내리 꽂히면서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전력은 쥬리치(30점), 전광인(20점), 서재덕(11점) 삼각편대가 공격을 이끌었고 하경민(11점)이 블로킹 7개로 활약했다.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권영민, 이승원 등 3명의 세터를 돌려가며 안간힘을 썼지만 5세트 막판 케빈이 과격한 항의로 퇴장 당하면서 추격에 힘을 잃었다. 케빈(25점)과 문성민(21점), 박주형(12점)이 득점에서 제몫을 해줬지만 블로킹수 10-17로 크게 뒤진 것이 패인이었다.
현대캐피탈의 역전패로 4위 대한항공(승점 49)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꼈다. 한국전력이 앞으로 승점 1만 더하면 대한항공은 한국전력에 3점 이내로 따라붙을 수 없기 때문에 준플레이오프는 벌어지지 않는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프로 첫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입력 2015-03-02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