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일요일 밤마다 ‘보이지 않는 위협’과 싸웁니다. 바로 월요병입니다.
새로운 일주일을 시작하는 부담감이 잠자리를 무겁게 짓누릅니다. 어두운 천장을 보며 초를 셀 때마다 월요일이 성큼성큼 다가오죠. 시간이 흐를수록 월요일이 더 빨리 다가옵니다. 그래서 일요일 밤은 야속합니다. 월요병은 질병이나 질환이 아닙니다. 심리적 긴장감이죠. 말 그대로 스트레스입니다. 월요일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두통,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인 1일 밤 풍경은 조금 달랐습니다. 개학이나 개강을 하루 앞둔 학생들이 월요병에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죠. 평소와 다르지 않게 머리를 베개에 파묻고 잠을 이루지 못한 직장인들은 여전히 많았지만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새 학기 첫 등교를 앞둔 학생들의 부담감과 비교할 수는 없었습니다. 학생들은 ‘개학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올 겨울이 너무 추웠던 걸까. 겨울 동안 너무 먹었던 걸까. 오늘밤은 왜 이렇게 몸이 찌뿌듯하지.”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하면 설레긴 하는데 전혀 즐겁진 않아.”
“내일 갑자기 폭설이 내리면 좋겠다. 하루만, 딱 하루만 더 쉬고 싶어.”
“여행도, 연애도, 만랩(게임의 최고 레벨)도 실패했는데 벌써 개학이라니….”
직장인들은 이런 학생들을 놀리듯 타임라인에 개학이나 개강을 연상케 하는 게시물들을 쏟아냈습니다. 도원에서 학과 함께 뛰어노는 개(개학)와 달관한 표정으로 강가에 있는 개(개강)의 합성사진을 반복적으로 올렸습니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님아, 개강을 건너지 마오’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밤새 ‘개학대란’이 벌어졌습니다. 트위터에서 실시간 이슈로 ‘개학’이나 ‘개강’이 해시태그로 나타날 정도였죠.
학생들의 앓는 소리는 2일 새벽부터 사그라지는 듯 하더니 첫 날 수업을 마친 같은 날 오후부터 다시 불붙었습니다. 부담감은 어느 정도 덜어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개강한 지 4시간을 겨우 넘겼는데 벌써부터 조별발표와 과제가 쌓였다.”
“개학 첫 날부터 책을 펼친 선생님에게 수업하지 말자고 애교를 부렸다가 쫓겨날 뻔했다.”
“캠퍼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모처럼 뛰었다. 배가 고프지만 먹을 시간도 없었다.”
“겨울 동안 뼛속 깊숙이 있었던 게으름이 온몸을 뚫고 나오는 기분이었다. 벌써 힘을 다 뺐다.”
타임라인 너머에서 학생들의 앓는 소리를 전해 들은 직장인들의 마음은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학생들에게 개학병은 연간 2차례뿐이지만 직장인들에게 월요병은 52차례나 찾아오기 때문이죠. SNS에서는 여유롭게 찻잔을 들고 불구경을 하는 여성의 사진을 ‘지금 직장인들의 심정’이라는 비유한 게시물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학생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직장인도 많습니다. 입시지옥과 취업대란 속에 놓인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졸업하면 새 학기의 설레는 마음을 다시 느낄 수 없기 때문이죠. ‘개학대란’ 속에서 학생들을 놀리는 직장인들의 마음 한 쪽이 무거운 이유는 그래서일 겁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친절한 쿡기자] 막 시작했는데 벌써?… “개강 4시간 만에 과제·발표 잔뜩, 으악!”
입력 2015-03-03 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