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 실태 다큐 ‘중국판 불편한 진실’ 뜨거운 반응

입력 2015-03-02 17:34 수정 2015-03-02 17:35

중국의 스모그 실태를 담은 중국판 ‘불편한 진실’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CCTV 여성 앵커 차이징(39)은 자비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환경 다큐멘터리 ‘돔 아래에서(穹頂之下)’를 온라인을 통해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북경청년보 등에 따르면 공개 하루만인 1일 오전까지 조회수는 동영상 사이트 유쿠 1700만건을 비롯해 전체 1억건에 육박했다.

1시43분 분량의 작품은 2006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환경 다큐 ‘불편한 진실’을 연상시킨다. 대기 오염으로 피폐해진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과 함께 통계 자료와 인터뷰 등이 실렸다. 지난해 베이징과 톈진의 스모그 발생일 수는 175일과 197일이었고, 가장 오염이 심한 곳으로 알려진 스자좡은 1년 중 264일이나 스모그가 나타났다. 다큐에는 과거 10년 사이 중국 북부의 대기 오염 상황을 보여주는 위성사진들도 등장한다.

지난달 27일 취임한 천지닝 환경보호부장이 다큐를 보고 호평하자 중국 언론들도 앞다퉈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천 부장은 차이징에게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해줘 감사하다”는 취지로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와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둔 시점이어서 ‘돔 아래에서’에 대한 관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도 관심이다.

다큐가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에서는 열띤 토론도 벌어지고 있다. 민간 경제학자인 원커젠은 자신의 웨이보에 “문제를 계속 파헤칠 용기가 필요할 때”라며 “마치 양파 껍질같이 안쪽 껍질이 드러날 때마다 진실은 무서워진다”고 썼다. 남방도시보는 “이번 영상은 디지털 시대에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심각한 이슈를 파고들 수 있도록 한 사례”라며 “정부가 나서 국민의 우려에 응답하고 대기 오염을 잡는데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다큐 도입부에 차이징이 딸의 종양과 대기 오염을 연관시킨 부분 등과 관련해 “과학적인 증거 없이 대기오염과 질병을 연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딸이 종양에 걸린 것은 차이징이 담배를 많이 피웠기 때문이라는 악성 댓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