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미연합훈련 시작되자 단거리 미사일… 수위 점점 높아져

입력 2015-03-02 17:01

북한이 2일 새벽 스커드 계열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날 시작된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 ‘키 리졸브(중대한 결의) 훈련’과 ‘독수리 연습’을 겨냥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새벽 6시32분부터 6시41분사이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남포 일대에서 동해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사거리는 각각 495㎞, 493㎞였고 최고속도는 마하 4.3, 최고 고도는 134㎞였다.

군 당국은 스커드 C 계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평양 남쪽 남포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 내륙지역을 가로질러 원산 호도반도를 지나 갈마반도 남쪽 50㎞ 공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 발표 직후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위협이 ‘수사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은 한·미연합훈련을 북침핵전쟁연습이라고 규정하고 “북침실전연습이 개시된 이상 엄중한 사태를 절대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을 다스릴 유일한 수단은 오직 무자비한 불세례 뿐”이라며 강경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미사일 발사후 나온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도 이번 훈련은 “우발적인 불꽃이 튈 수 있는 위험도는 특별히 높다”며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는 경우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은 그 후과(결과)와 책임에 벗어날 수 없다”고 위협 수위를 높였다. 전면전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북한은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기간 다양한 도발을 했다. 2000년대 이전에는 위협성명 발표나 남북대화중단 위협 등 수사적인 위협에 비중을 뒀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단거리 미사일발사와 같은 무력시위를 벌였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등 비대칭전력을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강화된 전력을 기반으로 무력시위를 통해 한반도 불안정성을 극대화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한국과 미국의 호전성’으로 돌리는 전략을 채택했다는 해석이다. 외부 위협을 강조해 내부결속을 다지는 효과도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한 뒤 무력시위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의 도발 의도를 ‘남남(南南)갈등 조장’과 ‘남북관계 주도권 확보’로 분석했다. 김민석 대변인은 “북한은 한반도 위기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며 “안보불안감과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는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데는 한반도에 전개되는 첨단전력에 대한 두려움도 영향을 미쳤다. 핵잠수함과 수척의 구축함을 거느린 항공모함전단과 B-52 전폭기. F-22와 같은 막강한 공격력을 지닌 전력들이 대규모 한반도에 집결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게는 부담이다. 이들 전력이 북한을 공격할 수 도 있다고 보고 이에 맞춰 대규모 대응훈련으로 막대한 소모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1900년대초에는 한·미 훈련이 실시될때 마다 북한은 준전시상태로 돌입하기도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