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 개학…'9시 등교' 확산 추세

입력 2015-03-02 16:04
사진= 전국 대다수의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맞이한 2일 서울 종로구 동승동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 앞에서 경찰, 협력단체 및 학교 관계자들이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전국 초·중·고교가 2일 일제히 새학기를 시작한 가운데 ‘9시 등교’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시행한 이후 9시 등교는 서울과 강원, 세종, 충남, 인천 등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계속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나 대구·경북, 울산 등 일부 시·도 교육청은 기존 등교시간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대전과 경남 등 교육청은 학교 자율에 맡겨 사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선 초·중·고교가 대부분 개학한 이날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늦어진 등교시간에 대해 학교 급과 맞벌이 여부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상대적으로 시간 변동이 적은 초등학교나 외벌이 학부모인 경우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에 찬성하지만, 중·고등학교나 맞벌이 학부모는 늦은 등교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9시 등교 확산= 서울 시내에서도 3월 새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 426개교가 9시 등교 시행에 들어갔다. 서울시내 598개 공·사립 초등학교 중 411개교(68.7%), 383개 중학교 중 14개교(3.7%), 318개 고등학교 중 1개교(0.3%)가 9시 등교를 시행한다.

또 공·사립 초등학교 36개교(6%)는 8시 50분까지로 등교 시각을 늦췄고 중학교 49개교(12.8%)와 고등학교 48개교(15.1%)는 등교 시각을 현재보다 10∼30분 미뤘다. 현재 서울시내 대다수 초등학교의 등교 시각은 8시40분까지여서 10∼20분가량 늦춰지는 셈이다.

광주시 교육청도 2일부터 유치원, 초·중·고·특수학교 등 312개교에 대해 오전 8시30분 이전 강제 등교를 금지했다. 각급 학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등교시간을 결정한다. 일선 학교들은 대부분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오전 8시30분 이후인 8시40분 또는 50분, 9시 등으로 등교시간을 조정했다. 단 맞벌이 부부 등 불가피한 경우에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오전 8시30분 이전에 자율적으로 등교하는 것은 허용했다.

강원 지역은 초·중·고 636개교 가운데 84.7%인 539개교가 이날 9시 등교제에 참여했다. 참여 학교 비율은 초등학교 99.2%, 중학교 85.8%, 고등학교 38.8% 등이다. 이 가운데 인문계 고교는 전체 86개 학교 가운데 61개 고교가 참여하지 않아 9시 등교는 25개 학교에서만 시행(참가율 29.1%)됐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9시 등교를 시행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올해 1학기 9시 등교 사전 조사결과 2250개 초·중·고교 가운데 2193개교(97.4%)가 참여했다. 이는 지난해 9월 90%보다도 7% 포인트 가량 늘어난 수치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9시 등교가 원만하게 학교 현장에 정착하고 있다”며 “조기 등교 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학교사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학생 입장 따라 ‘찬반’ 의견 엇갈려= 9시 등교에 대해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초등 3학년생을 둔 양모(39)씨는 “아침에 20분이라도 여유가 생겨 잠도 조금 더 잘 수 있어 아침도 천천히 먹을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학부모들, 특히 맞벌이 학부모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고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박모(여)씨는 “부모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면 모르겠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며 “출근할 때 아이들과 같이 나오는 게 낫지 아이만 집에 두고 나오는 게 얼마나 불안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제주 신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현진 학생(18)은 “이번 학기부터 등교시간을 오전 7시30분에서 8시20분으로 50분 늦췄는데 아침밥을 먹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등교하게 돼서 좋다”고 반겼다. 하지만 같은 학교 일부 3학년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어 아침 공부가 부족해지고 생활 리듬이 깨질까 봐 불안하다”며 등교시간이 늦춰진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