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가 쾌속 질주하고 있다. 남자 2인승 대표팀의 원윤종(30)·서영우(25·이상 경기연맹)는 1일(한국시간)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세계선수권대회 1∼4차 레이스 합계 3분44초69의 기록으로 5위에 올랐다. 한국 봅슬레이 역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낸 것이다. FIBT는 주관 대회에서 6위까지 메달을 준다.
과거 전용 경기장이 없어 빙판 대신 아스팔트를 누비던 한국 봅슬레이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일본에 밀렸다. 하지만 이젠 아시아를 넘어 유럽 강호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장비 개선, 실전 훈련 그리고 향상된 기술 덕분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18위에 오른 원윤종과 서영우는 불과 1년 만에 세계 정상권을 넘보는 위치에 올라섰다. 1년 만에 이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한 비결은 바로 향상된 스타트 기술이다. 한국 선수들은 외국 선수들에 비해 힘이 약해 스타트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완벽한 호흡으로 썰매를 치고 나가면서 힘의 열세를 보완할 기술을 익혔다. 이들은 170㎏이 넘는 썰매를 끌고 스타트에 나서는 순간 들어올리는 듯한 동작으로 썰매에 힘을 가한다. 동시에 자세를 맞춤으로써 힘의 분산을 최소화한다.
파일럿 원윤종은 “기록을 보면 스타트 기록의 순위가 최종 순위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드라이빙 기술은 비슷하기 때문에 스타트가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대표팀에는 장비와 트랙 분석에 통달한 외국인 지도자 3명이 합류했다. 전문가들이 썰매 날과 같은 장비를 손보면 0.2∼0.3초까지 기록의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브레이크맨 서영우는 “예전에는 외국 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따라 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장비 관리가 어떻게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원종가 서영우는 “우리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느꼈다”며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남은 3년 동안 스타트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하계훈련을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한국 봅슬레이 쾌속 순항 비결은 향상된 스타트 기술
입력 2015-03-02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