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를 하는 것은 우리의 로망이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때의 로망이 아니었던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또 흐르고 흘러 끝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회한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길사가 최근 펴낸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시리즈 3권은 회한에 대한 목마름을 축여준다. ‘산티아고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포르투갈을 만나다’ ‘…이슬람을 만나다’이다.
저자 김효선은 “디지털시대의 문명을 즐기지만 감성은 아날로그다”라고 밝혔다. 도보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유형의 여행을 즐기는 중년의 순례자다. 그는 2006년 봄 처음으로 스페인의 북부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프랑스 길을 걷고 이어서 땅끝 마을 피니스테레까지 완주했다.
이러한 그의 순례를 미디어에서 관심을 가졌고, 스페인 지방정부 등도 눈여겨봤다. 그래서 저자는 2008년과 2009년, 2012년 또 다시 머나먼 길을 순례했다. 그가 만난 한국의 가장 어린 순례자는 열 한 살 최진우군, 잊을 수 없는 노년의 순례자는 일흔 나이의 당뇨와 당뇨합병증까지 있던 환자 신정재씨이다. 신씨는 순례를 통해 지병을 극복했다. 외국인 고령자 중엔 아흔 넷의 독일 할아버지가 있었다.
무엇이 그를 산티아고로 부르는 것일까.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동안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에 한길사에서 새로 펴낸 3부작은 글을 다듬고 사진을 교체해 완성도를 높였다. 일본 시코쿠 88사찰 순례, 스웨덴의 쿵스레덴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여행기는 그가 유행을 따르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도보여행에서 얻은 영감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걷는 즐거움이 함께하는 역사와 예술여행을 기획해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신간]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등 3권 한길사서 펴내
입력 2015-03-02 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