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과 신호위반 등을 기록하는 무인교통감시장치의 입찰 가격을 담합한 업체들이 국가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이인규)는 대한민국이 LS산전 등 무인교통감시장치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함께 연대해 원고에게 67억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LS산전과 비츠로시스, 건아정보기술, 토페스, 르네코, 하이테콤시스템 등 6개 업체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으로부터 무인교통감시장치 구매를 의뢰받아 입찰에 참가했다. 당시에는 2000년 이후 도입된 기술검사인증제도로 인해 이 업체들만이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각 업체 사무실과 지방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에서 모여 정보를 나누고 친목을 다지면서 입찰 공고가 나면 10일 전쯤 모임을 갖고 각자 원하는 낙찰 희망지역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입찰일의 2∼3일 전까지 낙찰 희망지역에 대한 조율을 마쳐 내부 합의를 끝냈다.
입찰이 시작되면 해당 지역의 낙찰 예정자로 약속된 업체는 조달청이 책정한 기초금액의 97∼98% 정도 가격을 써내고 ‘들러리’로 참가한 업체들은 이보다 조금 높은 가격을 써내는 방식으로 담합해 이들끼리 미리 지정한 업체가 낙찰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이런 사실을 적발해 38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과징금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모두 기각됐다. 업체들은 국가가 제기한 민사소송에도 패소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 입찰가격, 낙찰가격 등을 결정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했다”며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체들의 담합으로 국가가 입은 손해액을 총 113억원으로 산정했다. 2005년의 담합행위는 소송제기일인 2011년을 기준으로 국가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5년이 지나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됐다. 또 재판부는 국가가 업체들의 담합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이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업체들의 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법원 “과속카메라 담합 업체들, 국가에 67억 배상하라”
입력 2015-03-02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