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형사처벌은 안하지만… 간통 당사자 아닌 상대방도 소송시 위자료 책임

입력 2015-03-01 15:34
사진=생과부 위자료소송사건 영화 촬영 장면.

간통죄가 폐지돼 기혼자와 간통한 상간자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하지만 상대 배우자로부터 민사 소송을 당할 경우 위자료 책임을 질 수 있다. 법원은 기혼자와 간통 등의 부정행위를 한 경우, 이를 상대 배우자의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A씨가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여성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1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A씨 부부는 5년 전 결혼했고, 어학연수차 일본에 갔다가 어학원에서 B씨를 알게 됐다. A씨 남편은 B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갔다. A씨 집 침실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잠을 자다가 A씨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A씨는 B씨 등을 간통죄로 고소하지는 않았지만,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가 A씨의 남편이 저지른 부정행위에 가담했다”며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례를 종합하면,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 책임은 통상 500만~3000만원 정도에서 결정된다. 부정행위의 수준과 기간에 따라 위자료 액수가 달라진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부장판사 장준현)는 C씨가 남편과 간통한 20대 여성 D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D씨가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C씨는 15년 전 남편과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았다. 남편은 2013년 12월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D씨와 만나 다음해 3월까지 13차례 간통했다. 남편은 D씨에게 2억원을 송금해 집 전세금 등으로 사용하게 하기도 했다. C씨는 간통 혐의로 이들을 고소했고, 두 사람은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C씨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낸 데 이어 D씨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D씨는 C씨 남편이 유부남인 사실을 알면서 장기간 부정한 관계를 맺었고 이로 인해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부정행위가 직접적인 간통행위까지 나아가지 않은 경우에도 위자료 책임을 물릴 수 있다. 다만 부정행위 수준에 따라 위자료 액수는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서봉조 판사는 내연남과 ‘사랑한다’는 내용의 연락을 주고받은 E씨(37·여)에 대해 “내연남의 부인인 F씨(36·여)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2013년 11월 판결했다. F씨는 2004년 남편과 결혼해 두 명의 아이를 뒀다. 남편은 결혼 4년 후 나이트클럽에서 E씨를 만났고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이들은 2012년 7월부터 한 달 동안 수시로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을 이용해 ‘사랑해요’ ‘예쁜 사람’ ‘오늘 잘 지냈지?’ 등의 대화를 나눴다. 한 달 동안 오간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는 550여회에 달했다. 내연관계를 알게 된 F씨는 E씨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간통 증거 없이 깊게 교제한 사실만으로도 민법상 배상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