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페인트 분진 속 근무… 법원 “악성종양,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입력 2015-03-01 15:23

군대에서 무기를 페인트로 도장하는 업무를 장기간 하다 폐에 종양이 생겼다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송현경 판사는 박모씨가 “공무상 요양을 승인 해 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박씨는 2002년부터 육군 특수무기정비단에서 정비와 도장 업무를 하다 2011년 3월 폐에 악성 종양이 생겼다. 박씨의 근무장소에 통풍·환기시설은 2011년 6월 부대 이전 전까지 설치되지 않았다.

박씨는 “도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크롬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요양 승인 신청을 했다. 또 “방독마스크 등 보호구가 갖춰지지 않은 작업환경에서 장기간 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단 측은 “박씨의 발병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공무로 인한 질병으로 볼 수 없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냈다.

박씨의 주치의인 경희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는 법원에 “박씨가 폐암 발암물질인 크롬과 벤젠 등에 8년 6개월간 노출됐으며 박씨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다른 근로자 역시 백혈병에 걸려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았다”며 “박씨의 질병이 업무와 관련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법원도 이런 의견을 받아들였다. 송 판사는 “크롬이 함유된 페인트 분진이 날리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여러 의학적 보고와 연구들이 축적돼 있다”며 “원고는 페인트를 분사하는 방식으로 도장하는 업무를 하면서 발암물질에 직접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