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이 점심먹자고 해 나갔더니…" 입학철 대학생 불법 다단계 기승 주의

입력 2015-03-01 13:26 수정 2015-03-01 14:42

서울의 한 사립대 졸업을 앞둔 김모(24·여)씨는 오랜만에 ‘점심이나 먹자’는 고교동창의 연락을 받고 약속 장소로 갔다. 약속 장소에는 동창 외에 동창의 지인이라는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있었다. 이들은 "다단계판매를 하면 한달에 500만~800만원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김씨를 그럴듯한 말로 꾀었다. 취업 준비를 하던 김 씨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결국 식당 바로 옆 건물의 다단계 회사로 따라 들어갔다. 김씨는 밤 10시까지 붙잡혀 여러 명의 판매원들로부터 계속 가입을 권유 받았다.

졸업, 입학철을 맞아 취업과 고수익 보장 등을 미끼로 대학생과 졸업생들을 판매원으로 모집하는 불법 다단계 판매회사, 일명 피라미드 회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의 영업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고 판단해 1일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불법 다단계 판매회사들이 학생들을 유인한 뒤 대출을 강요하고 환불을 방해해 학생들을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제시하는 불법 다단계 판매의 전형적인 유형은 다음 4가지다. △다단계 판매원들이 취업·고수익을 미끼로 학생을 유인 △합숙소·찜질방 등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교육받도록 강요 △수백만원의 물품 강매 및 대출 강요 △포장 훼손 등을 통해 교묘히 환불 방해 등이다.

다단계 판매원들은 월 수백만원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학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 다단계 판매회사의 상위 1% 판매원의 1인당 월평균 수입은 472만원에 달했지만 나머지 99%는 월평균 수입이 3만9000원에 그쳤다.

불법 다단계 회사의 상위 판매원은 학생들에게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도록 강요해 자신들로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물품을 구입하도록 한다.

물품을 넘겨준 뒤에는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건강보조식품을 먹어보라는 식으로 포장을 뜯도록 유도한다. 환불을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의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처럼 불법 다단계 판매가 의심되는 회사에 대해서는 무조건 가입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