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얼어가는 바다…미국 동부서 '슬러시 파도' 포착

입력 2015-02-28 12:05
미국 동부의 강추위가 마치 얼어붙어 정지된 듯 물의 굴곡이 선명하게 드러난 파도를 만들어냈다.

해변에서 가까운 앞바다가 얼음 알갱이로 가득 차면서 ‘슬러시 파도'가 생긴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난터켓섬 앞바다가 영하 12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20일(현지시간), 한 사진작가의 렌즈에 포착된 ‘절반쯤 얼어붙은 파도'의 사진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27일 전했다.

이날 무릎 높이의 눈밭을 걸어 해변으로 나간 조너선 나이머프로는 “바닷가는 보통 여름이면 파도 소리로 요란한데, 이 날은 정말 고요했다. 귀마개를 한 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수평선 쪽이 정말로 이상해 보였다. 작은 파도들이 마치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광경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파도타기를 즐기는 그는 바람이 센 날 파도는 ‘세탁기 돌아가듯' 움직이는데 이 날은 60∼90㎝ 높이의 파도가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밀려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해변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앞바다가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얼음을 갈아 만든 음료수인 ‘슬러시'와 같은 형태였다고 전했다.

과학적으로 물은 섭씨 0도에서 얼지만,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빙점이 영하 2도로 더 낮다.

과학자들은 바닷물이 완전히 얼어붙어 빙판을 형성하기 전, 파도 때문에 얼음이 산산이 조각나면서 일시적으로 ‘슬러시 파도'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래스카 대학의 빙하연구가인 에린 페팃은 “이렇게 얼어붙은 파도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한 어부도 항구가 얼어붙는 것만 봤다고 말했다.

나이머프로는 기온이 더 떨어진 다음 날 다시 카메라를 들고 해변으로 나갔으나 이미 빙판으로 변한 바다에는 파도도 없고,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