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어서 아이 못 낳는다? 영유아 양육비용, 출산 결정에 미미한 영향

입력 2015-02-27 21:24

결혼 7년차 남모(36·여)씨 부부는 신혼 초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는 남씨는 육아와 일을 함께 해나갈 자신이 없었다. 벤처사업을 하는 남편은 평소 육아에 동참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잘하지 못할 게 뻔한 일을 굳이 강행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남씨는 “육아도우미를 쓸 경제력은 있지만 아이를 키운다면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는 않다”며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다시 생각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남씨 사례처럼 영·유아 양육비용 부담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육아정책연구소는 ‘한국아동패널 자료를 활용한 출산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양육비가 매달 10만원씩 증가할 때마다 출산확률이 0.6%씩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양육비 증가가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아동패널(2008~2012년)과 여성가족패널(2007~2012년)의 19~39세 가임여성 출산 행태를 분석했다. 특히 여성이 고학력, 고소득인 경우 양육비 부담과 출산율의 연관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양육비와 출산율의 관련성이 다소 높아졌다.

보고서는 “출산율을 높이려면 영·유아 시기 양육비용 지원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부부가 출산을 선택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경력 단절 등 기회비용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정책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