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총기난사] 세종시 총기살인 이틀만에 4명 또 … 재산 얽힌 가족의 비극 닮은 꼴

입력 2015-02-27 21:34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에서 가족 간 총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에서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일가족 3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27일 남양동의 비극은 금암리 사건을 인물과 장소만 바꿔 재현한 것처럼 닮아 있다.

두 사건 모두 피의자가 돈 문제로 갈등하던 가족을 엽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각각 세종시와 남양뉴타운의 대규모 도시 개발이 진행된 곳에서 발생했다. 개발 부지를 수용하며 주민들에게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지급됐고, 이를 통해 불어난 재산이 가족 갈등의 시발점이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동생(74)에게 살해당한 고령의 형 전모(84)씨는 화성시 남양동 일대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한 주민은 “전씨 가족이 뉴타운 개발로 90억원을 벌었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70억원대 토지 보상금을 받았고 원래 있던 재산까지 합쳐 100억원대 자산가였다”고 했다. 형 전씨는 부모에게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이 토지개발 보상금이었다는 것이다.

전씨 가족은 원래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살았다고 한다. 동생은 일찍 서울로 이주했고 형이 이 곳을 지키며 살다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경찰은 동생 전씨가 이 점에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동생 전씨는 형이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자기한텐 하나도 안 줬다고 생각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동생은 그동안 형에게 지속적으로 재산 분할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동거녀의 아버지와 오빠를 살해한 금암리 총기살해 사건의 피의자 강모(50)씨도 그런 경우였다. 강씨는 동거녀와 헤어진 뒤 동거녀 가족이 소유한 편의점 지분을 요구해왔다. 동거녀의 아버지는 세종시 개발로 큰돈을 손에 쥐게 되자 편의점 등의 사업을 벌였다고 한다. 한 지인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그 분(동거녀 아버지)이 세종시로 돈을 많이 벌어서 요양원 설립 등을 추진했는데 강씨와 사실상 동업 관계였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동생 전씨의 차량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재산이 얽힌 가정불화 문제가 언급돼 있었다. 경찰은 내용 대부분이 일방적 주장으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피의자 전씨가 평소 술을 먹고 형을 찾아와 돈을 달라며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화성서부겨알서 관계자는 “전씨가 이날 아침에도 형 부부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다가 범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전씨는 인근 남영파출소에서 엽총을 찾아 오전 9시30분쯤 형 부부가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단독주택을 찾아가 범행했다. 형은 가슴에 두 발, 그의 나내 백모(84)씨는 가슴에 한 발을 맞고 숨졌다. 집에 있던 며느리 성모(51)씨는 2층에서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는 오전 9시34분 “작은 아버지가 총을 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허리를 다친 그는 경기도 수원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성씨 신고로 출동해 4분 뒤 현장에 도착한 이강석(43) 남양파출소장도 전씨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 소장은 현관문을 열고 투항을 설득하다 총에 맞았다. 전씨는 이후 현장에서 총으로 자살했다.

화성=강창욱 황인호 양민철 임지훈 강희청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