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가 아니다. 잇따른 총기 범죄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정상적으로 허가된 수렵용 엽총이 살인범죄에 사용되자 당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경찰은 부랴부랴 총기 관리 대책을 내놨다.
지난달 말 현재 국내에는 총기 16만3664정이 있다. 총기 소지 허가를 받는 과정은 쉽지 않다. 나이, 전과, 향정신성의약품 사용 여부 등을 여러 조건을 따지고 신원조회도 한다. 하지만 일단 허가를 내준 뒤에는 범죄에 악용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27일 경기도 화성 총기살해 사건에서 피의자 전모(75)씨가 쏜 건 엽총이었다. 경찰이나 보안업무 관계자가 아닌 개인이 주로 수렵에 쓰는 엽총은 전국에 3만7424정이 있다. 엽총을 소지하려면 수렵면허증이나 유해 야생동물 포획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개인이 보관할 수 없고, 반드시 경찰관서에 둬야 한다.
경찰에 맡긴 총기는 매년 3~4개월 정도인 수렵기간에 비교적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다. 오전 6시부터 반출이 가능하고 당일 오후 10시 이전에만 반납하면 된다. 이날은 이 지역 수렵기간이 종료되기 딱 하루 전이었다. 전씨는 아무 제지를 받지 않고 엽총을 받아갔다. 지난 25일 세종시 편의점에서 난사된 총기도 수렵용 엽총이다. 모두 절차상 문제가 없었지만 엽총은 살인사건에 이용됐고, 사흘 새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화성에서는 2008년 1월에도 엽총 살인 사건이 있었다. 당시 송모(51)씨가 동생 집에 찾아가 제수와 조카를 쏴 숨지게 했다. 2013년 12월 경북 청송에서는 40대 남성이 할머니를 멧돼지로 오인해 엽총으로 쏜 뒤 사체를 숨겼다가 붙잡혔다. 그해 5월 경기도 하남에서 60대 남성이 엽총으로 내연녀를 쏘고 자살했다.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공기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경 5.5㎜ 미만으로 살상력이 크지 않은 공기총은 개인이 갖고 있어도 된다. 현재 전체 공기총 9만6295정 가운데 5만9880정을 개인이 보관하고 있다.
경찰청은 총기소지 허가를 보다 엄격히 하고, 수렵기간에 총기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총기 소지를 허가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결격사유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경찰관이 일반인의 총에 맞아 숨진 건 1971년 이후 44년 만이다. 1971년 8월 10대 소년 두 명이 예비군 무기고에서 카빈 소총을 훔친 뒤 난사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정모 순경이 숨졌다. 경찰이 갖고 있던 총기를 대치 중인 범인에게 빼앗겨 피살된 사례는 종종 있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화성 총기난사] 한국도 이제 총기 안전지대 아니다… 수렵용 엽총 범죄 막을 길 없나
입력 2015-02-27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