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신흥명문으로 거듭난 한국전력 배구단

입력 2015-02-27 21:53

만년 꼴찌팀 한국전력 남자배구가 최고의 한해를 맞았다.

한전은 26일 2006-2007시즌부터 한번도 3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던 대한항공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좌절시키고 ‘봄 배구’에 필요한 4위를 확보했다. 한전은 남은 4경기에서 모두 패하고 현대캐피탈이 남은 5경기를 모두 이겨도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다.

프로배구 출범(2005년) 후 10차례 치른 정규리그에서 5번이나 최하위에 그친 한전은 구단 사상 두 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단 한차례 2011-2012시즌 4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적이 있다.

3위 한전의 목표는 4위와의 격차를 승점 4점 이상 벌려 준플레이오프를 무산시키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것이다. 내달 2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승리하면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다.

신영철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는 단기전이기 때문에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현대캐피탈과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설사 현대캐피탈에 패하더라도 남은 경기서 승점 6을 얻으면 자력으로 준플레이오프를 무산시킬 수 있다.

하위권에 허덕이던 한전을 강호로 올려놓은 데는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신 감독의 지도력이 절대적이었다. 한전 세터 출신인 신 감독은 2013년 부임 후 선수들의 패배의식을 지우는데 주력했다. 지는데 익숙해진 선수들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후 체력과 기본기를 차근차근 끌어올렸다. 구단은 과감한 투자로 취약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데려왔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국가대표 주 공격수 전광인을, 이번 시즌에는 리베로 오재성을 1순위로 데려왔다. 공격수 대신 수비전문 리베로를 1순위로 영입한 것도 구단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또 현대캐피탈에서 은퇴기로에 있던 후인정과 은퇴했던 방신봉 등을 불러들여 선수단이 풍성해졌다. 노장들은 경기 전체를 뛰지 못하지만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코트에 나가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리스 출신 용병 쥬리치는 시즌 초 기대에 못 미쳐 퇴출까지도 고려됐다. 하지만 신 감독의 조련으로 실력이 일취월장해 레오(삼성화재), 시몬(OK저축은행)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초반 한국식 강 훈련에 못 견뎌했던 쥬리치가 이제는 재계약을 원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신흥 명문으로 거듭 태어난 한전이 포스트시즌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