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전훈지를 찾아서] 한현희·김정훈, 넥센 마운드 책임질 ‘영건 2인방’

입력 2015-02-27 20:56
넥센 한현희(왼쪽)와 김정훈.

“올해 기대해 주세요. 넥센 히어로즈의 마운드를 책임지겠습니다.”

넥센은 지난해 활화산 같은 방망이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진한 투수진이 있었다.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을 제외하고 국내 투수들 중 10승 이상을 올린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넥센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고배를 마셨다.

넥센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투수 조련에 열심이다. 중심엔 한현희(22)와 김정훈(24) ‘영건’ 2인방이 있다.

27일 오키나와 긴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두 투수를 만났다. 2년 연속 홀드왕에 오른 한현희는 보직을 바꿔 올 시즌 넥센 선발의 한 축을 맡을 예정이다. 김정훈은 한현희가 있던 중간 계투진에 투입된다. 두 선수는 한 목소리로 “열심히 해서 지난해 아쉽게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한현희는 패기가 넘쳤으며 배짱도 두둑했다. 그는 중간보다 선발이 더 좋다고 했다. 그는 “투수치고 누구나 선발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서 “처음 선발을 맡으라고 염경엽 감독님이 말씀하셨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또 “감독님이 10승 이상 하라고 했다. 잘 던질 자신이 있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래도 지난해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꺼내니 얼굴이 굳어졌다. 한현희는 지난해 정규리그에선 넥센 마운드의 든든한 허리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에 등판해 1⅓이닝 동안 4점을 내주며 1패 방어율 27.00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일년 동안 한두 번 안 좋은 날이 있는데 한국시리즈가 딱 그때였다”며 “올해는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스프링캠프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시즌이 들어가서 무언가를 고치려면 늦다. 경기 감각을 익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훈은 조심스러웠다. 오랜 공백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전체 2순위로 넥센에 입단했지만 이듬해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2년을 통째로 쉬었다. 곧바로 군 입대해 최근 복귀했다. 김정훈은 “항상 부상으로 걱정 속에 살았다”며 “구단과 팬들의 뇌리에 잊혀질까 걱정스러웠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오랜 기간 무명의 생활을 했지만 그는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서클 체인지업을 전지훈련지에서 선보이고 있다. 김정훈은 “군대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고 오자고 결심해 서클 체인지업을 열심히 갈고 닦았다”고 했다. “서클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면 제2의 류현진이 될 수 있겠다”고 하자 김정훈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1군 경기에서 하나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는데 너무 과하다”며 “시즌이 시작된 후 평가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부상 후유증 때문에 너무 고생했다”며 “이제 안 아프고 내 공을 던지고 싶다”고 설명했다.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묻자 김정훈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한현희가 대신 나섰다. 그는 “올해 1군에서 계속 배우겠다. 많이 응원해 달라”고 했다. 김정훈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이 정답이다. 그렇게 하겠다”며 웃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