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인생은 역시 한 방이죠?”… 우승국 맞혀 실패한 공익광고 ‘폭소’

입력 2015-02-27 14:48 수정 2015-02-27 14:50

도박 근절을 위해 제작했지만 승자를 적중하면서 목적 달성에 실패한 공익광고가 폭소를 자아내고 있다. 도박으로 가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는 ‘인생은 한 방’이라는 사행성 조장으로 변질됐다.

27일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오늘의 유머’에서는 싱가포르 반도박기구인 NCPG가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해 6월 6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전개한 캠페인 영상이 ‘실패한 공익광고’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공익광고의 주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둔 소년 앤디의 파괴된 동심이다. 한적한 오후 공원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다섯 명의 친구들은 “곧 월드컵이 개막하잖아. 누가 우승할 것 같아?”라고 물은 한 친구의 물음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각각 생각한 우승국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받은 앤디는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친구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독일이 우승했으면 좋겠어”라고 한다. 이유를 묻는 다른 친구의 질문에 고개를 들고 “우리 아버지가 전 재산을 걸었거든”이라고 답한다.

놀란 듯 정색하거나 시선을 피하는 친구들의 표정과 함께 슬픈 느낌의 배경음악이 깔리면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싸늘하게 바뀐다. 공익광고는 고개를 숙인 앤디의 얼굴 옆으로 ‘도박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은 본인만이 아닙니다’라는 자막이 흐르면서 끝난다.



공익광고는 브라질월드컵 개막(2014년 6월 13일)을 일주일 앞두고 공개됐다. 월드컵 도박을 위해 카지노와 베팅사이트로 몰린 도박 중독자들에게 파괴된 동심을 보여줘 죄책감을 안길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일은 우승했다. 공익광고에서 친구들이 지목했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각각 4강전과 결승전에서 독일에 무릎을 꿇었다. 개최국인 브라질의 경우 4강전에서 독일에 1대 7로 참패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공익광고 속 앤디는 독일에 전 재산을 ‘올인’한 아버지 덕에 횡재한 셈이다.

월드컵에서 우승국을 지목하기란 어렵다. 우승을 위해서는 전력과 전술도 중요하지만 대진표, 일정, 날씨, 부상 등 여러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브라질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독일을 앤디의 불행 요소로 설정한 줄거리는 웃음거리로 전락할 여지가 많았다. NCPG 공익광고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셈이다.

NCPG의 유튜브 채널은 인터넷 명소가 됐다. 지구촌 각국에서 몰린 네티즌들은 “앤디가 지금쯤 대저택 온천수영장으로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한 방이 중요한 인생의 묘미를 알려준 앤디의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조롱했다. “이번 주 로또 번호를 알려 달라” “올 시즌 리그 챔피언은 어느 팀인가”라는 문의도 쏟아졌다. 광고 영상은 111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