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전력 화가들이 그린 위인 초상화를 더이상 쓰지 말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다 그걸 봐왔는데 그때는 우리가 얼이 없었나”
지난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때아닌 ‘친일 논쟁’이 벌어졌다고 경향신문이 27일 보도했다. 화폐 등에 그려져 있는 위인들 초상화 중 친일 반민족행위 전력이 있는 화가들의 그림을 빼자는 법안을 놓고 여야가 찬반으로 갈려 설전을 벌였다는 것.
이날 심의된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조정식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것으로 “친일 전력 화가들이 그린 위인 초상화를 정부가 나서서 더이상 쓰지 말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배 의원은 지난 2013년 7월 국가공인 영정을 지정하고, 이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10년 단위로 공모해 재지정하는 법안을 냈다. 국가공인 영정 지정 등을 위한 위원회 설치 등도 담았다.
조 의원도 지난해 11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친일 반민족 행위자 저작의 영정지정 불가’를 명시한 것이 배 의원 법안과 달랐다.
문제가 된 그림은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1만원권 세종대왕, 이당 김은호 화백의 5만원권 신사임당, 월전 장우성 화백의 100원짜리 주화에 새겨진 이순신 초상화 등이다.
김기창·김은호 화백은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에 의해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등재됐다. 장우성 화백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매체가 입수한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일반 그림과 달리 우리 민족의 혼과 얼, 자긍심 등을 담는 그림이어야 하는데, 친일파 화가들 그림이라면 민족적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 아닌가”라며 법안 통과를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그림에까지 그런 관점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위원장인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도 “지금까지 다 그걸 봐왔는데 그때는 우리가 얼이 없었나”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이상일 의원은 “일본사람처럼 그렸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태년 의원은 “민족 정기를 세우는 문제”라고 되받았고, 법안 발의자인 배재정 의원은 “정부가 나서서 (초상화) 지정 해제를 하는 게 부담스러운가”라고 따졌다. 논쟁이 계속되자 신 의원이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았으며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며 논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에선 “오만원짜리 지폐 한 장 나왔을 때만 해도 비용이 어마어마했는데 전면교체하게 되면, 내 세금이” “요새는 초등학생도 이런 식으로 회의 안할 걸. 뭐 국회 수준이…. 누가 그렸든 그 돈 내 주머니에 많기나 하면 좋겠다” “이게 논쟁이 되는 자체가 경악스럽다. ‘더이상 쓰지 말자’는 게 지금까지 있던 거 다 폐기하자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쓰지 말자는 건데. 진짜 딴나라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 듯”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국회서 수난당한 ‘세종대왕·이순신’…친일 화가가 그렸으니 쓰지말자?
입력 2015-02-27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