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26일 러시아에 억류돼 있는 우크라이나 공군 여조종사 나데즈다 사브첸코(33)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불법 구금에 항의하는 단식을 75일째 계속해온 사브첸코의 건강을 우려한다고 밝히고 러시아 당국에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녀를 긴급하게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이 성명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 4개국 정상이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합의한 우크라이나 평화안에서 모든 포로 및 억류자 상호 석방을 약속함에 따라 그녀를 석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개국 정상회담에서 사브첸코 석방 문제를 제기했다.
사브첸코는 우크라 내전에 참전했다가 지난해 6월 친러시아 반군에 체포된 뒤 러시아 사법 당국에 넘겨졌다.
러시아 당국은 사브첸코가 우크라 동부에서 박격포 포격을 요청해 러시아 국영 TV방송 기자 2명을 숨지게 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사브첸코의 변호인들은 이에 대해 그녀의 휴대전화에는 폭격을 요청한 기록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그녀가 당시 포격 현장에 없었으며 문제의 박격포 공격이 이뤄진 한두시간 앞서 분리주의 반군에 붙잡힌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금이 장기화하면서 사브첸코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감옥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브첸코는 고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일약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온갖 고초에도 줄곧 침착함을 유지하는 모습에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브첸코는 우크라이나 최초의 여성 공군 조종사라는 사실 때문에 내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명도가 있었다.
현재 사브첸코는 군인이 아닌, 국회의원 신분이다. 지난해 10월 총선을 앞두고 율리야 티모셴코 전 우크라이나 총리가 이끄는 야당이 비례대표 의원 후보 1순위에 올린 덕분이다. 사브첸코는 감옥에 전달된 의원 취임 선서문에 서명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U, 러시아에 '우크라 영웅' 여조종사 석방 촉구
입력 2015-02-27 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