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 이미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합병을 위한 단계별 지침(로드맵)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정세 분석을 바탕으로 합병의 명분과 로드맵까지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포착돼 파장이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반정부 성향 일간지 노보야 가제타는 우크라이나 관련 전략을 담은 러시아 정부의 기밀문건을 입수했다며 해당 문건 내용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실각하기 2주일 전인 지난해 2월 초 크렘린에 제출된 것으로 상당부분이 실행에 옮겨졌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신문 키예프 포스트의 영문 번역본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우크라이나의 분열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하고 이를 이용해 러시아가 이익을 추구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문건은 야누코비치 정권이 “정치적으로 완전히 파산한 상태이며 정치, 외교, 재정, 정보 측면에서 러시아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정권 붕괴를 기정사실화했고 “그는 직위를 유지하고 퇴임 후 면책을 위해 사법당국과 거래하려 한다”며 정권 교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러시아에 병합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월경협력 체제를 합법성의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친러시아 정서가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지역과 직접적인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지원할 경우 “현 상황에서는 상당한 예산상의 부담이 있겠지만 지정학적 관점에서 막대한 이득이 따라올 것”이라며 “산업과 수송 부문에서 고도로 숙련된 인력 등 인적 자원도 얻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반도에서 (합병 절차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사건”을 만들고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혼란을 야기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문건은 언급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문건에 대한 진위 확인 요청에 해당 문건이 거짓이라고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페스코프 공보비서는 “그런 문건이 존재했는지도 몰랐다”며 “누가 작성했는지 모르겠지만 문건이 크렘린과 일말의 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푸틴 "러시아, 우크라이나 동부 합병 로드맵 있다"
입력 2015-02-26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