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에 치러지는 20대 총선은 경제 정책이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올해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로 경제를 내걸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표 취임 이후 입만 열만 유능한 경제정당을 외치고 있다. 모두 총선을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역대 총선은 정권심판론, 여소야대(與小野大) 등 정치 이슈로 치러졌지만 이제는 경제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신호탄은 국수 전쟁…본격 경제전쟁 예고=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경제가 불쌍하다”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고 비판했다. 이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누가 국수를 불게 했느냐, 국민이 먹어도 되는 국수였느냐를 놓고 연일 입씨름 중이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국수에 비유해 여야가 서민경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묻는 것이다.
국수 전쟁은 일종은 전초전이다. 문 대표가 2·8전대 이후 ‘유능한 경제정당론과 소득주도성장론’을 퍼뜨리며 경제 이슈를 치고 나가자 박 대통령이 정치적 맞불을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다짐하고, 당 정책위 산하에 설치한 민생경제혁신위원회를 본격 가동키로 하는 등 즉각 박 대통령을 지원 사격했다.
정치권은 설 연휴 민심을 통해 서민경제의 심각성을 체감했고, 내년 총선의 표심이 어디에 있는지 동물적으로 느끼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26일 “내년 총선은 경제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는 최초의 총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거 전문가들의 내년 총선 분석도 대개 일치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경제 이슈 중에서도 서민경제 정책이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은 법인세 인상, 전세대란 및 부동산 양극화 문제에서 여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전략은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하는 동시에 경제정당 이미지를 부각시키자 차기 대선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민 정치컨설팅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 역시 “정부·여당의 경제성과에 대한 평가가 총선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센터장은 “최근 몇 년간 여야가 복지확대를 놓고 경쟁했지만 재정문제가 발생하면서 보다 상위 개념인 경제정책을 놓고 대결하는 흐름”이라며 “경제활성화에 대해 누가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선거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 최대 이슈인 공무원 연금개혁 문제나 복지 정책을 둘러싼 증세 논란도 본질적으로는 세금, 즉 경제 정책에 관한 문제다. 다만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제안한 총선 개헌 국민투표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이거나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올 경우 선거 판이 다시 짜여질 수 있다.
◇4월 보궐선거·총선·대선…경제 이슈는 누구편인가=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에서 ‘MB정권심판론’을, 같은 해 대선에서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각각 내걸었지만 둘 다 패했다. 대선의 경우 복지확대 및 중산층 70%시대를 약속하고, 국민통합 행보를 보인 새누리당의 승리였다. 야당이 최근 전국단위 선거에서 이긴 것은 무상복지 이슈를 선점했던 2010년 지방선거뿐이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다음 총선·대선에서 서민경제 정책으로 대표되는 탈(脫)이념 민생이슈로 중도층 공략의 승부수를 걸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표가 1997년 IMF 경제위기 당시 대중경제론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던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전략을 재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배종찬 본부장은 “국내외 사례를 볼 때 진보진영이 중도로 외연확대가 가능했던 이슈는 경제였다”며 “야권이 선명성과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이슈는 진보성향인 문 대표가 한국경제 해법마련에 몰두 중인 중도 성향의 안철수 의원이나 생활정치를 내건 박원순 서울시장과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경제이슈는 보수정당이 강세를 보였던 영역이다. 대내외 경제지표가 좋아지거나 새누리당이 서민경제 정책을 적극 펼칠 경우 경제전쟁의 승자는 새누리당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나 안 의원의 혁신경제, 문 대표의 유능한 경제정당 등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따라서 총선에서는 누가 어떤 용어와 프레임으로 설득력 있는 비전을 보일 수 있느냐가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기획]내년 총선, 경제 전쟁으로 치른다
입력 2015-02-26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