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부터 단과대별 신입생 모집·학과제 폐지… 중앙대의 실험

입력 2015-02-26 16:02

중앙대가 올해부터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뽑고 학과제를 폐지하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대학들이 정원 축소 등 구조개혁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위권 대학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한다는 우려와 현실로부터 동떨어진 대학교육을 개혁해 융복합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중앙대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6학년도 신입생부터 학과와 관계없이 선발해 자유롭게 전공탐색을 하고, 2학년 2학기에 ‘주 전공’을 선택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2021년부터는 아예 인문계열이나 자연공학계열 등 계열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지원자가 몰리는 인기학과엔 120%의 학생 정원이 배정되고, 이를 초과해 지원하면 성적순으로 배정한다. 대신 현재 20% 수준인 이중·복수전공 이수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존 학과는 그대로 두고 모집단위만 광역화했던 학부제와 달리 학과를 아예 없애고 단과대별 전공과정을 운영하는 ‘전공제’도 도입된다. 전공 편성·운영권한이 각 학과에서 단과대로 옮겨져 학과 개설·폐지·통합이 훨씬 쉬워진다. 취업에 불리한 인문계열 전공 등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전공은 자연스럽게 폐지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본격 나서는 것이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대다수 학생들이 이공계열이나 상경계열 등 취업에 유리한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누리(독어독문학과) 교수는 “기업이 대학을 장악하면 학문 세계를 어떤 식으로 황폐화시키는 지 보여주는 결정판이 이번 개혁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