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감독은 자리를 보장받기 어렵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52) 감독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는 2010년 말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류 감독을 만나 이 이야기를 꺼내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하긴 그렇지.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뿌듯함 속에서도 부담을 느끼는 눈치였다. 류 감독은 “외국인 투수 두 명이 한국 무대가 처음이다. 여기에 배영수와 권혁도 떠났다”며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류 감독의 올해 목표는 당연히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5연패다. 그는 통합 5연패의 키워드로 ‘소통’과 ‘빠른 야구’를 꼽았다. 류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기존 선수들의 기량을 계속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30대 이상이다. 따라서 노장 선수들을 잘 관리하고, 부상을 방지해야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류 감독은 “지난해 3할을 친 이승엽이 올해에도 그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고, 베테랑 포수 진갑용도 부상 없이 안방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 ‘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한 류 감독은 노장 선수들을 잘 관리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연습경기에서도 선수들의 몸 상태를 꼭 체크해 내보낸다. 실제 지난 22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선발 우익수로 나서 2타수 1안타를 친 박한이에게 몸 상태를 물어본 후 경기 중간 교체했다. 21일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이승엽이 3타수 2안타를 친 후 중간 교체 여부를 물었고, 이승엽이 “끝까지 하겠다”고 하자 계속 내보냈다.
27일 오키나와에서 후쿠오카로 건나가 치를 예정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연습경기에 진갑용을 데려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류 감독은 “진갑용이 오키나와에서 몸을 더 만들겠다고 하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다”면서 “선수의 몸 상태는 본인이 잘 알고 있다. 억지로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또 통합 5연패를 위해 ‘스피드’를 강조했다. 그는 “모든 스포츠는 빨라야 한다”며 “지난해 우리가 140개 정도 도루를 했는데 구자욱, 박현도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함된 이상 더 많은 도루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끝으로 올 시즌 수준 높은 야구를 펼쳐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만큼 내실 있는 야구가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 경기에서 10~20점이나 나는 핸드볼 점수가 나오면 안 된다”면서 “질이 높은 야구를 해야만 관중이 더 많이 올 것이고, 궁극적으로 한국 야구가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야구] 소통과 스피드로 통합 5연패 꿈꾸는 삼성 류중일 감독
입력 2015-02-26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