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학과 폐지’ 등으로 홍역을 치른 중앙대가 2016학년도 입시부터 학과 없이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2학년 2학기 때 학과를 선택하게 하고, 지원자가 없는 학과는 폐지될 수도 있다. 교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발하고 나섰다.
◇학과제 폐지하고 전공제 도입=중앙대는 26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과와 관계없이 신입생을 뽑아 자유롭게 전공탐색을 하고 2학년 2학기에 ‘주 전공’을 선택하는 2016학년도 학사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2021년부터는 인문·사회, 자연·공학, 예체능, 의·약·간호 등 계열별로 모집을 실시한다. 인기학과의 경우 120%의 학생 정원이 배정되며, 이를 초과해 학생들이 지원할 경우 성적순으로 배정한다. 대신 현재 20% 수준인 이중·복수 전공 이수율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지도교수가 ‘조언자(Academic Advisor)’ 역할을 하도록 해 전공 선택에 조언을 하게 된다. 중앙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학이 교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수요자인 학생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기존 학과는 존치하되 모집단위만 광역화했던 학부제와 달리 ‘학과제’ 자체를 폐지하고 다양한 전공 과정을 운영하는 ‘전공제’도 도입된다. 이 경우 전공 편성 및 운영 권한이 기존 학과에서 단과대로 이양된다. 따라서 단과대별 전공학과 개설·폐지가 훨씬 손쉬워진다. 2학년 2학기 때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학과는 자연스럽게 폐지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취업에 불리한 인문계열 학과가 대거 폐지 위기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개편안은 현재 패러다임으로는 대학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대학 측은 지난 6개월간 해외 100개 대학의 사례를 분석해 이번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중앙대 관계자는 “국내에선 전례가 없지만 선진국 일부 대학에서는 비슷한 입시안을 채택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평의원회, 이사회 승인 거쳐 오는 4월 교육부에 새로운 입시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교수·학생 반발…산적한 난제=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대학이 본격적으로 ‘취업학원’ 행세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취업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에 전공을 선택하게 되면 대다수 학생들이 이공계열이나 상경계열 등 취업에 유리한 학과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4년에 걸쳐 배우던 학부 전공을 결과적으론 전공 탐색 기간을 제외한 2년 안팎의 기간 동안에 배움으로써 전공지식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도 나온다. 대학원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학 구성원인 교수·학생들과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거센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학 측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오전 10시 교수회의를 통해 해당 안을 전달했다. 교수들은 즉각 반발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독어독문학과 김누리 교수는 “한국 대학역사에 없는 수치스럽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대학구성원들을 무시하고 밀실에서 소수가 결정한 정책으로 교수사회를 파괴하고 우롱하며 대한민국 고등교육을 망치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학생들 사이의 반대여론도 거세다. 영문과 3학년 신모(21·여)씨는 “후배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내가 몸담은 과가 없어지고 후배도 없어진다는 얘기라 매우 혼란스럽다”며 “학생들이 취업을 중요시하는 상황이지만 이렇게 개편한다고 해서 취업이 잘 될 리도 없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측은 개정안이 공식 발표되면 학생들 의견을 수렴해 곧 입장을 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업수요와 대학교육 간 미스매치를 해결해야 한다는 현재 교육부 기조와 대학구조개혁 흐름에는 맞지만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교수들 반발을 해결하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이도경 임지훈 기자 suminism@kmib.co.kr
중앙대의 실험…학과 없이 신입생 모집, 비인기학과 폐지할 수도
입력 2015-02-26 14:00 수정 2015-02-27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