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피가 만드는게 아니다”… 낳은 딸보다 기른 딸 선택한 佛여성

입력 2015-02-26 11:29 수정 2015-02-26 13:15
뉴욕타임스 홈피 캡처

“가족을 만드는 것은 피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이루는 것이다.”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바뀐 사실을 21년 만에 확인하고도 친딸이 아닌 바뀐 딸을 선택한 프랑스 여성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영화 같은 이야기를 뉴욕타임스(NYT)는 ‘바뀐 아기와 모성애의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25일 상세히 보도했다.

프랑스 남부 그라스에 살고 있는 소피 세라노(39)는 지난 1994년 칸의 한 병원에서 출산 후 황달로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딸 마농(20)을 처음 품에 안았을 때 숯이 많은 머리카락에 깜짝 놀랐다.

세라노는 광선요법 때문에 아이의 머리카락이 자라난 것이라는 간호사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1년 후 아이의 머리가 곱슬로 자라나는 데다 피부색까지 부부와 다르게 더 짙은 것을 알게 되면서 당황스러움이 커져 갔다.

동네 사람들이 ‘우체부의 딸’이라고 수군렸지만 그녀는 딸에게 애정을 쏟았다. 하지만 남편이 의심 끝에 자신을 떠나갈 때에는 흔들렸다.

남편이 친자확인 검사를 요구할 때만 해도 검사가 자신을 구원해줄 것이라고 그녀는 믿었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열 살 마농이 그들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만 확인시켜줬다.

세라노는 “쓰나미 같았다. 지금까지 경험 못한 최악의 불안감을 느꼈다”고 NYT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녀는 2010년 병원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고 경찰은 멀지 않은 동네에서 살고 있던 친딸을 찾아냈다. 친딸은 인도양의 프랑스령인 라 레위니옹 출신자 가정에서 양육됐다.

이후 세라노는 병원의 침대 부족으로 간호사가 마농과 친딸을 잠시 같은 침대에 눕히면서 자식이 바뀌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세라노는 12년의 긴 법정투쟁을 시작했고, 프랑스 법원은 지난 10일 병원 측에 피해 여성들과 두 가족에게 188만 유로(23억30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서로 아이가 뒤바뀐 것을 안 뒤 두 가정은 수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두 가정 모두 친딸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이를 중단했다. 결국 지금까지 키워온 아이를 계속 키우기로 의견을 모았다.

마농은 “부모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얼마나 그들을 닮았는지 한눈에 알았다”면서 “그러나 완전히 낯선 사람 앞에 앉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세라노는 “나의 생물학적 딸은 나를 닮았다. 그러나 나는 어느 순간 내가 모르는 사람을 낳은 것이라는 깨달음이 왔고, 그때부터 나는 더 이상 그 아이의 엄마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친딸에게 유대관계를 느끼지 못한 것과 달리 기른 딸 마농에 대한 사랑은 더 커졌다고 그녀는 말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