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왕 뒷돈' 전직 판사. "공무원이었습니다" 고개 떨궈

입력 2015-02-26 13:38
국민일보DB

“피고인의 직업은 무엇입니까?”(재판장)

“…공무원 이었습니다”(최민호 전 판사)

6주전까지만 해도 법대에서 재판을 진행했던 최민호(43·사법연수원 31기) 전 판사가 26일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이른바 ‘명동 사채왕’으로 불리는 사채업자로부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모두 2억6864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다.

최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푸른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지난 5일 구속 기소된 그는 왼쪽 가슴에 수형번호 4613번을 달고 있었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았지만 수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뿔테안경을 쓴 채 입을 꼭 다물고 있던 그는 재판장이 “피고인 잠깐 일어나 보라”고 말하자 “예”라고 답하고 일어섰다. 재판장과 최씨는 사법연수원 7기수 차이다.

재판장은 최씨에게 “피고인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며 묵비권을 고지했다. 최씨는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잠깐 망설이기도 했다. 그는 “어제자로 퇴직 통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최씨가 낸 사직서를 25일 수리했다.

최씨의 변호인은 “최씨의 심리 상태가 안정돼 있지 못하다”며 “준비기일을 연기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재판을 국민 참여재판으로 받을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2주의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첫 재판이 끝나자 최씨는 재판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구속 피고인 통로로 빠져나갔다. 다음 준비기일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30분 열린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