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계 언론플레이’ 검찰에 제안했다 거절당하자 국정원 직접 공작

입력 2015-02-26 09:18 수정 2015-02-26 11:25
국민일보DB

국가정보원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찰에 ‘시계 언론플레이’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직접 공작에 나섰다고 경향신문이 26일 보도했다. 국정원은 이병기 원장 지시로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옛 대검 중앙수사부 출신 인사는 이 매체에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둔 시점에 국정원 측이 시계 얘기를 (언론에) 강조하자는 의견을 전해왔고, 검찰은 수사기법 상 소환 전 ‘오픈’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소환 직전 시계 수수 의혹이 집중적으로 보도됐고, 소환 이후엔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국정원의 ‘언론플레이’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국정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는 시계 선물세트 얘기를 특정 언론에 흘렸으며, 소환 후엔 검찰 조서에도 없는 ‘논두렁’까지 덧붙였다.

국정원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검찰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작업을 직접 지휘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세훈 국정원장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경향신문과 만나 “‘논두렁’ 등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정원이며, 당시 행태는 익명의 취재원 역할을 넘어 공작 수준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논두렁 시계'는 노 전 대통령 수사가 한창이던 2009년 5월 13일 SBS 보도를 시작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노 전 대통령이 박 전 회장한테서 회갑선물로 1억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선물로 받았는데 검찰이 이를 캐묻자, 노 전 대통령이 "아내가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대검도 "그 같은 진술을 확보한 바 없으며, 악의적 언론 제보자는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보도 이후 열흘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선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권력이 나서 전직 대통령을 간접살인했다는 얘기네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그런데 노통은 통치를 어떻게 했길래 퇴임하자마자 저격을 당했을까요. 분당으로 콘크리트 지지자를 차버리고 케이블TV 보수언론만 승인해 적군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정치를 했지요” “국정원은 해체하고 새로운 정보기관을 창설해야 한다. 티끌만큼의 국정원 경력 소유자는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새민련 정신 똑바로 차리고 진상규명해라”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