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국회 대정부질문 ‘신중한 데뷔전’

입력 2015-02-25 16:43

이완구 국무총리가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중한 데뷔전’을 치렀다. 취임 이후 처음 서는 본회의장 무대에서 이 총리는 박근혜정부 숙원 과제인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총선 불출마 여부나 대북정책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우선 과제는 경제살리기…공직기강 확립 의지도 피력=이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무엇보다 경제살리기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이를 뒷받침할 각 분야 개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 각계와 소통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공공부문 개혁 등 국정 과제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 공직 기강 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책임총리로서 내각을 통할하겠다는 의지 또한 내비쳤다. 이 총리는 “각료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충실하게 행사해서 전 부처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임으로써 박근혜정부 3년차 개혁 과제를 충실하게 이끌어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20대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적당한 시점에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어 “저는 이 자리(총리직)가 저의 마지막 공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개선은 인도적 문제부터=이 총리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5·24조치 등 남북관계에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인도적 문제부터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금강산관광은 신변보호 조치가 선행돼야 하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 또한 북한 태도에 먼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 총리는 “‘한국형 프라이카우프’를 한 번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정부도 심도 있게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과거 서독이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동독 내 정치범을 송환받은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우리나라 납북자 가족에 적용해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의 제안에 이같이 답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키리졸브 훈련 축소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미국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요청한 바도 없고, 따라서 (미국과) 협의한 바도 없고 도입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개헌 ‘골든타임론’에 불 지피며 날 세운 여야 중진=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권력의 힘으로 개헌하는 것도 나쁘지만 권력의 힘으로 개헌을 막는 것도 나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론’을 정면 비판했다. 5선의 이 의원은 “증세를 하고도 아니라고 한 현 정부가 과연 정직한 정부였는지 반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은 “현행 헌법도 지난 1987년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졸속으로 만들었다”고 가세했다. 15년 만에 대정부질문에 나선 6선의 이 의원은 과거 ‘버럭 해찬’이라는 별명이 연상될 만큼 거침없는 ‘독설’을 날렸다.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법정구속된 데 대해 “이 하나로 박근혜정권의 정통성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박 대통령 사과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 발언에 대해선 “사돈 남 말 하듯 유체이탈 화법을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