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두고 이해득실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선관위안이 제도화될 경우 선거제도에 ‘빅뱅’이 일어나기 때문에 정당별로 입장이 엇갈리고, 의원별로도 의견이 제각각이다. 다음달 구성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복잡한 선거 제도 개편 ‘고차 방정식’을 풀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지도부가 나서 환영 의사를 재차 밝혔다.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선거제도는 제대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저와 우리 당은 그 해결방안으로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줄곧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특히 “국회정개특위가 중앙선관위가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논의해 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가 현실화될 경우, 새누리당 ‘호남’ 비례대표와 새정치연합 ‘영남’ 비례대표가 배출된다. 특히 새정치연합엔 ‘남는 장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선관위 추산에 따르면 19대 총선에 석패율제를 적용할 경우, 산술적으로 새누리당은 호남(광주, 전남·북)에서 14명, 새정치연합은 영남(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44명이 비례대표 의원 자격을 갖는다. 19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영남에서 단 3석을 얻은 점을 감안하면 석패율제가 훨씬 유리한 제도인 셈이다.
이런 전망 탓인지 새누리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선관위안에 대한 발언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당은 “향후 정개특위에서 따져볼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선관위 안대로라면 ‘야당 몫’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당의 입장은 여야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정개특위 안에서 지역구도 타파나 정치발전 등을 감안해 선관위 안을 하나하나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자는 것”이라며 “야당에선 당장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지역구 의원 수가 줄게 되는 만큼 논의 과정에서 다른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제 3정당인 정의당은 선관위 안에 대해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아닌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독일식은 득표율과 정당 의석수가 정확히 비례하기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보다도 더 군소정당에 유리하다.
이처럼 선관위안의 ‘총론’에 대해서도 정당별로 입장이 ‘3인3색’이다. 지역구 개편 논의 등 ‘각론’으로 구체화될 경우 백가쟁명식 주장이 쏟아질 전망이다. 우선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위해선 현재 지역구 246석을 200석으로 줄여야 한다. 의원들에겐 당장 내 지역구의 존폐가 걸린 문제가 된다. 선관위 안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석패율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소속 충청권의 한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찬성하지만 석패율제에는 반대한다”며 “실세 정치인들이 영·호남 지역구에 출마해 떨어져도 비례대표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김경택 기자 joylss@kmib.co.kr
[이슈분석]선관위가 제출한 정치개혁 고차방정식...정개특위 어떻게 풀까
입력 2015-02-25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