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당정청 협의, "당 주도권 쥐고 정책 결정 주도"

입력 2015-02-25 16:05

박근혜정부 출범 3년차 첫날인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정책협의회에서는 ‘당 중심’ ‘당 주도’ ‘당 책임’ 등의 단어가 쏟아져 나왔다. 유승민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당정청 회의였지만 당 지도부는 작정한 듯 정부와 청와대의 소통 부족에 대한 쓴 소리를 내놨고, 국정과제 기조 수정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권력추가 당으로 옮겨간 듯한 여권 역학관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박근혜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발하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2년 전 계획에서 계속 갖고 갈 것, 과감하게 수정할 것, 새롭게 할 것을 잘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최근 당정청이 정책 혼선으로 국민의 질타와 함께 원망을 산 게 사실”이라며 “당정청이 실질적 협의체가 되기 위해선 정부 측이 모든 정책들의 입안 단계부터 발표까지 당과 긴밀히 상의하고 조율해 달라”고 주문했다.

1시간가량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도 당 지도부는 연말정산 파동과 건강보험료 개편 혼란으로 민심이 크게 성났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지목한 4대 구조개혁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이 우리 경제를 ‘퉁퉁 불어터진 국수’로 비유한 것에 대해서는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은 정부가 최근 도시가스 요금 인하안을 단독으로 마련한 것도 질타하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당 지도부는 정부와 청와대가 법안 처리 등의 의견을 내면 조목조목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고 한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그동안 (정부와 청와대가) 중점 법안 등을 정해 워낙 (당에) 푸시를 많이 했는데 정부 입장을 존중할 테니 이제 당이 이끌어갈 수 있도록 좀 맡겨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의제선정도 일방적으로 하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원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정부는 모든 법안을 입안단계부터 당과 상의하고 발표할 때도 반드시 당과 조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이 중심이 되게 해달라는 주문에 정부와 청와대는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최경환·황우여 부총리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이제까지 당정청 회동이 정부와 청와대의 결정을 하달받는 형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책 입안부터 집행까지 전 과정을 당이 주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황 교육부총리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가 화기‘애매’했다”고 뼈있는 농담을 했고 유 원내대표는 “서로 생각의 차이는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농담하고 웃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상당히 긴장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