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형성부전증. 정재은(33·여)씨가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는 희귀병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뼈가 부러진다. 혼자서는 서 있거나 걷기도 버겁다. 정씨도 몸이 자라면서 얇은 철심을 뼈 옆에 삽입하는 수술을 15차례나 받았다. 장애 탓에 열 살에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출석일수를 채우려고 깁스를 한 채 힘들게 졸업했다. 중학교 진학은 포기했다. 대신 독학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그러나 ‘더 배우고 싶다’는 정씨의 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2005년 정씨는 첫 발을 뗐다. 25세의 나이로 한국방송통신대에 진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이후 고려대 일반대학원 법학과에 입학했다. 석사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 겪는 법적 문제를 공부한 정씨는 박사과정 진학과 동시에 학점은행제를 통해 사회복지학도 함께 병행했다. 한 학기에 법학 12학점, 사회복지학 12학점을 수강하는 강행군이었다. 하루에 1시간씩 자면서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현재 고려대 법학연구원 노동법·사회보장법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정씨는 “법학과 사회복지학을 접목해 장애인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2015년 학점은행제·독학학위제 수여식’을 열고 정씨를 비롯한 11명 학생에게 특별상을 수여했다. 학점은행제는 대학과 사회기관에서 학점을 취득해 전문대·대학 학력을 인정받는 제도이고, 독학학위제를 통해서는 4차례 시험을 본 뒤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정씨 외에도 골육종(뼈에 생기는 암)과 가난을 이기고 시나리오 게임기획자를 꿈꾸며 학점은행제 전문학사를 취득한 이대수(27)씨와 독학학위제로 24년 만에 학위를 딴 공무원 현수환(52)씨, 2009년 탈북 후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 등으로 활동하며 학점은행제 전문학사 학위를 딴 채신아(43·여)씨가 특별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행사에선 학점은행제 학사·전문학사 2만9813명과 독학학위제 학습자 1358명 등 모두 3만1171명이 학위를 취득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너무 힘들었지만 자랑스럽습니다˝… 학점은행 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
입력 2015-02-25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