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국가정보원이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57·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의 말을 빌려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24일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회갑선물(시계)을 포함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다음달 언론들은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원 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열흘 만에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전 부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는 국정원 주도로 이뤄졌다”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에 대해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연결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돼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사표를 냈다.
이 전 부장은 ‘언론플레이’ 장본인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지목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편파적인 댓글을 지시하며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전 부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회고록 ‘운명’의 일부 내용을 반박했다. 책에서 문 대표는 ‘이인규 중수부장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차를 한 잔 내놓았다. 그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 소환 장면을 묘사했다. 이 전 부장은 “공손한 말투로 어떻게 건방질 수가 있겠느냐”며 “사실은 책에 적힌 대로 공손하게 했지만 수사팀 자체에 대한 반감 탓에 문 대표가 그렇게 느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국정원, 노무현 논두렁 보도 만들어 내”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폭로
입력 2015-02-25 09:24 수정 2015-02-25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