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옷, 신발 사는 돈부터 줄였다

입력 2015-02-25 09:23

각 가구가 의류나 신발을 사는데 쓴 돈이 지난해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지난해 소비성향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당장 급하지 않은 품목부터 소비를 줄인 영향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2.8% 늘었다.

그러나 12대 소비 지출 비목 중 의류·신발의 월평균 지출은 16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0.1% 감소했다. 의류·신발 지출이 줄어든 것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가계 소득이 늘어났고 의류·신발의 물가가 전년보다 상승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가계가 이들 품목에 대한 소비를 줄인 셈이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3.4% 증가했고 의류 등 섬유제품 물가는 4.0% 상승했으며 남녀구두와 운동화, 실내화는 0.2∼4.0%의 상승세를 보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관련 품목의 물가가 오르고 소득이 늘어난 상황에서 지출이 줄었다는 것은 경기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평균소비성향은 72.9%로 소비성향을 집계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통신장비와 통신서비스 등 통신에 대한 지출도 월평균 15만원으로 1.6% 감소했다. 통신 지출이 줄어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통신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9%로 통계작성 이후 처음 5%대로 떨어졌다. 주류·담배 지출은 월평균 2만8000원으로 0.6% 감소했다. 주류 지출은 증가했지만 금연 분위기 확산으로 담배 소비가 감소한 영향이다.

반면 지난해 월평균 교통 지출은 33만4000원으로 8.6% 늘어났다. 이런 증가율은 2011년 8.7%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교육 지출도 2010년 이후 처음으로 0.4% 늘어난 월평균 28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과 여가 생활 부문 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보건 지출은 16만8000원으로 2.8%, 오락·문화 지출은 14만7000원으로 5.6%, 음식·숙박은 33만5000원으로 4.7%, 보험과 이미용 등 기타상품·서비스는 21만4000원으로 5.9% 각각 증가했다. 이외에 식료품·비주류음료는 월평균 35만1000원으로 0.8% 증가했고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은 10만5000원으로 5.5% 늘어났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