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850만원이면 돼” 英 거물 정치인, 노골적 금전 요구 ‘몰카’로 사퇴

입력 2015-02-25 00:44
영국의 거물 정치인이 하루에 5000파운드(약 850만원)이면 로비를 해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장면이 언론사의 위장 취재 카메라에 잡히면서 영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은 24일(현지시간) 보수당 출신의 말콤 리프킨드 하원 정보위원장이 기업로비 지원을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리프킨드 위원장은 로비주선을 조건으로 금전 보상을 요구한 영상이 폭로돼 파문이 커지자 하루 만에 사퇴를 선언했다.

앞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공영방송 채널4는 리프킨드 위원장과 노동당 소속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이 중국 기업인을 가장한 취재진에 로비 활동을 대가로 금전보상을 요구한 몰래카메라 영상을 폭로해 5월 총선을 앞둔 정가에 파문을 던졌다.

폭로 영상에서 리프킨드 위원장은 기업 민원 해결도 가능한지 묻자 “당신은 내가 얼마나 한가한지 놀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자신이 전 세계 영국 대사들에 대한 유용한 접근로를 보장할 수 있다며 반나절 활동비로만 최소 5000파운드(약 850만원)를 요구했다. 그는 “누구도 월급을 주지 않으므로 스스로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영상이 공개되자 그는 “어리석은 발언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의회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며 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고집했다. 또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가 ‘비열한 행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거취에 대해 보수당 내부에서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비판적인 기류가 고조되자 결국 위원장직과 의원직에서 사퇴하기로 마음을 돌렸다. 그는 이날 “불확실한 상황을 끝내려면 의원직에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리프킨드 위원장은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외무장관을 지낸 영국의 원로 정치인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