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나라가 있다니…국제대회 준비한다고 실외기 무단 철거, 모든 건물 하얀색 도색

입력 2015-02-24 23:45 수정 2015-02-24 23:46

어느 날 공무원들이 당신의 집에 들이닥쳐 건물 밖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무단 철거해버린다면?

놀라지 마시라.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크로니클 오브 투르크메니스탄 등 현지 언론은 투르크멘 당국이 최근 수도 아슈하바트 거리의 모든 것을 없애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르크멘 정부는 2017년 아슈하바트 아시아실내무도경기 대비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현지 당국은 도시 이미지를 나쁘게 한다는 이유로 에어컨 실외기는 물론 거리에 있는 경찰 초소, 가로수까지 무자비하게 철거하고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떠돌이 개와 고양이를 잡는 것은 물론 주요 건물의 외벽은 모두 흰색, 담벼락은 녹색으로 칠하는 등 무리한 도심정비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자 당국은 2017년 대회가 끝나면 모든 것을 돌려놓겠다는 해명만 내놓은 상태다. 아시아실내무도경기대회는 4년마다 열리는 국제 스포츠 대회로 당구, 볼링, 체스 등 실내경기와 가라테, 무에타이 등 무술 종목이 치러진다. 지난 대회는 2013년 인천에서 열렸으며 44개국에서 온 1633명의 선수가 12개 종목에서 경합을 벌였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철권통치하는 것으로 유명한 투르크멘은 그동안 각종 황당한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그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일대기를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교육하도록 지시했으며 교사들에게는 자신의 사진을 강매했다. 최근에는 ‘하얀 도시’ 건설을 위해 검은색 차량의 수입도 막고 있다. 투르크멘은 미국의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5 세계의 자유’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 시리아 등과 더불어 ‘자유 상황이 최악인 12개 국가, 혹은 지역’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