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참수 재연’ 어린이 영상 이집트 예멘 잇따라

입력 2015-02-24 22:18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인질 참수 장면을 재연하는 어린이들의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SNS) 상에서 잇따라 유포되고 있다.

비록 친구들끼리 장난치면서 노는 것으로 보이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IS의 잔악한 행태에 동심까지 오염된 모습이라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하다. 이 동영상엔 건축 현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인질 역할을 하는 10살 남짓의 소년 2명이 손이 뒤로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고 그 뒤에 선 2명이 인질의 목에 나무 막대기를 칼처럼 대고 선 모습이 담겼다.

다른 어린이는 앞에서 긴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우리는 종교도 나라도 없다. 우리는 어린이와 여자, 노인들을 살해한다. 우리는 이 마을의 모든 젊은이를 죽이기로 했다”고 말한 뒤 “저들을 죽여라”라고 소리친다. 이 명령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아이들이 인질 역할의 친구를 나무 막대로 죽이는 시늉을 하면서 동영상이 끝난다. IS가 실제로 인질을 참수할 때 진행하는 순서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다.

24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이집트 북부 공업도시 엘마할라 엘쿠브라에서 촬영됐다고 이를 게시한 이집트 프리랜서 작가 타메르 압두 아민이 밝혔다. 지난 21일부터 SNS를 통해 전파되기 시작한 것으로 미뤄볼 때 영상이 제작된 시점은 리비아 IS가 이집트 콥트교도를 집단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15일 직후로 추정된다.

22일부터 유튜브와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다른 동영상은 아이들이 노는 장면임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이집트 동영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장난기가 전혀 없고 길이도 5분 정도로 긴데다 IS의 참수 동영상마다 나오는 배경음악도 깔렸다.

인질 역할을 하는 소년 5명은 웃통이 벗겨지고 손을 뒤로 묶인 채 복면을 한 IS 조직원 역할의 다른 소년 5명에게 뒷덜미를 잡혀 끌려간다. 이들이 강가에 도착한 뒤 나무로 만든 칼로 참수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마치 지중해안에서 콥트교도의 참수를 자행한 IS의 최근 동영상을 연상케 한다. 테러·극단주의 감시단체 MEMRI는 이 동영상이 예멘에서 촬영됐다고 밝혔다.

이집트 언론인 무함마드 엘다흐샨은 페이스북에 “어렸을 때 도둑과 경찰 놀이를 하면서 경찰이 이기면 모두 웃으며 놀이를 끝냈지만 IS를 따라 하는 놀이는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며 “내가 본 것 중 가장 슬픈 동영상”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