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경희 살아있다...에볼라 우려로 실세도 격리 조치”

입력 2015-02-24 19:59

국가정보원은 그동안 정확한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 김경희(69) 전 노동당 비서가 아직 살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제1비서가 정권을 장악한 뒤 처형당한 장성택의 부인이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에볼라 감염우려로 실세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까지 귀국 때 21일 동안 격리조치 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최근 일본 NHK에서 보도된 김경희 사망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고했다. 또 변인선 북한군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국장과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최휘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처형설과 관련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변 국장은 지난해 말 작전국장 자리를 김춘삼에게 내준 뒤 경질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마 국장은 2013년 11월 김 제1비서와 함께 백두산 인근 삼지연을 찾은 8인방 중 하나로 실세로 떠올랐지만 최근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김 제1비서의 지시 불이행으로 경질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정원은 또 “김 제1비서가 공포심을 느낄 정도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철저히 차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해 10월 이후 외국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하고 북한 주민들도 해외에 갔다가 돌아오면 신의주 근방에서 21일 동안 격리 조치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24일 국경을 전격적으로 폐쇄했었다.

북한의 의료진이 취약해 에볼라가 유입될 경우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강경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특히 에볼라 확산과 관련한 미국의 공작 가능성을 의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에볼라 확산을 우려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에 예정된 아리랑공연을 취소했고, 오는 4월 12일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에 외국인 선수의 출전도 금지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중국 특사로 다녀온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러시아에서 안과 치료를 받고 돌아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예외 없이 격리됐다”며 “(실세가 이정도 인데) 나머지 사람은 어떻겠느냐. 정말 심하게 (격리 조치)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23일 북한의 인터넷 일부가 마비됐다는 보도는 사실이며,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고했다. 소니 픽처스 해킹을 북한 소행으로 분석한 미국 판단을 신뢰한다고 언급했다.

국정원은 또 김 제1비서가 최근 탈북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김 제1비서가 최근 탈북자가 하도 늘어나니까 ‘이제는 보위부까지 튄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북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