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국회의원들 대통령 꿈꾸는데 어림도 없다...통일은 멀었다"

입력 2015-02-24 20:04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4일에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 전 총리는 빈소 옆에 마련된 별실에서 휠체어에 앉아 7시간 넘게 조문객을 맞았다.

김 전 총리는 대화 도중 간혹 눈물을 훔쳤지만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그는 “생전에는 몰랐는데 (부인이) 유명을 달리하고 사진을 보니 꽤나 미인이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은 “김 전 총리는 정치인으로선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이고 휴머니스트”라고 화답했다. 본보 최삼규 사장과 조용래 편집인, 박현동 편집국장은 “아내에게 보내는 애틋한 정에 국민들이 감동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계 거물인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도 빈소를 찾았다. 김 전 총리는 “64년간 나를 내조해줬다”고 고인을 회상했고 오자와 전 간사장은 “힘드시겠지만….”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전 총리 재임 시절 오자와 전 간사장은 자유당 당수로 두 사람은 한일간 현안을 놓고 막후협상을 벌였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고식을 치를 이완구 국무총리가 화제에 오르자 김 전 총리는 촌평을 날렸다. “이완구 ‘죽었다’, 성질이 급해서 아픈 데를 찌르면 당황할 것이다, 우리같이 능글거리지 못한다”고 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김 전 총리는 김황식 전 총리,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과 함께한 자리에서 “민도가 높아졌고 고도의 판단력이 있으니까 능히 내각책임제로 갈 수 있는 기반이 돼 있다”며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제일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중심제는 무책임한 것”이라며 “국회의원들 가만히 보면 대통령 꿈을 꾸고 있는데 어림도 없다”고 꼬집었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선 “우리는 싸움 한번 안 했지만 통일은 멀었다”면서 “쉽게들 통일을 이야기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앞으로 10년 이내 통일은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조문객들 사이에선 “고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도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전날 빈소를 찾아 김 전 총리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가족과 소원하다는 세간의 비판을 불식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듣고 있던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서 좀 올라갔어?”라고 되물었고, 조만간 있을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에도 관심을 보였다.

발인은 25일 오전 6시30분이다. 고인은 충남 부여에 있는 가족묘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