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정영택 총회장 인터뷰. 예장통합, 쿠바·멕시코교회와 선교협력 다짐

입력 2015-02-24 17:30
지난달 30일 쿠바개신교신학대를 방문한 예장통합 정영택 총회장(오른쪽 네 번째)과 장신대 교수들이 학교 관계자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장통합 제공

“풍파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온 쿠바교회들을 보며 하나님을 향한 절실한 믿음을 잃어버린 한국교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동호로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정영택 총회장은 중남미 쿠바교회 방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정 총회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쿠바를 방문해 현지 교단과 신학교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선교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 총회장은 “1961년부터 53년간 지속된 쿠바와 미국의 적대관계가 최근 청산되고, 새로운 역사의 발걸음을 시작하게 된 만큼 이번 방문이 뜻깊었다”며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신앙과 신학을 지켜온 쿠바교회의 노력과 헌신이 한국교회에도 귀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9세기 후반 영국 성공회를 시작으로 쿠바에는 장로교 침례교 감리교 등 다양한 교단이 유입돼 1959년 혁명 전까지 20여 교단, 약 840개 교회로 성장했다. 하지만 혁명 이후 닥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정 총회장은 “1960년대 후반 쿠바정부는 새로운 교회 개척 및 건축을 금지했을 뿐 아니라 교회 건물 외부에서의 종교활동을 일절 금지했다”며 “기독교인들은 공산당에 입당할 수 없었고 교수 엔지니어 의사 공무원 등의 직업을 갖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용하지 않는 교회건물은 정부재산으로 귀속됐다. 정 총회장은 “하지만 이 어려운 시기가 쿠바교회를 지탱해준 힘이 됐다”면서 “당시 미국에서 유학하던 목회자들은 교회를 지키기 위해 급히 쿠바로 돌아왔고, 국내 목회자들도 가족과 더불어 전국 교회당에서 예배를 드리며 교회건물을 수호했다”고 말했다. 이후 1992년 구소련이 붕괴된 후 사회주의국가연합이 무너지며 쿠바도 영향을 받았다. 경제적 원조 요청 등을 위해 쿠바정부는 기독교인들이 나서길 바랐고 당원이 되는 것을 허락했으며 종교정책도 점차 유연해졌다. 이후 쿠바 기독교는 점차 성장해 현재 약 2500개 교회, 80만여명의 성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 총회장은 “쿠바 기독교인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냈다”며 “여전히 일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지만 현지 기독교인들은 ‘하나님께서 쿠바를 사랑하시며 지키실 것’이라고 고백한다”며 “이런 쿠바 기독교의 모습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1970~80년대 성장을 경험하며 지난날의 고난을 잊고 풍요에 중독됐으며 성장주의에 빠져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간절함을 점차 상실했다”며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교회는 특별히 일제 탄압과 한국전쟁 등 고난 속에서 믿음을 지켰던 선조들의 수고를 되새기고, 절실했던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쿠바 사회는 ‘사회적 개인’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는 개인이 사회를 위해 공헌하면서 자기 존재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는 탐욕과 개인의 이익추구로 가득 차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많은 점을 시사해 주며 한국교회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쿠바에는 20여 교파가 있지만 이들은 각자가 아닌 ‘쿠바개혁교회’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하다”며 “이는 교회 연합이 당면과제인 한국교회에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이번 방문에 동행한 장로회신학대 김명용 총장은 쿠바 유일의 신학대인 쿠바개신교신학대학(Evangelical Seminary of Theology in Matanzas Cuba)과 신학교류 등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장신대와 쿠바개신교신학대는 학생과 교수 간 교류, 콘퍼런스·심포지엄·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을 추진키로 했다. 또한 신학 교육 관련 자료를 교환하고, 지속적 커뮤니케이션 및 학술적 협력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을 조정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정 총회장은 쿠바에 앞서 지난달 26~28일 멕시코장로교회도 방문했다. 정 총회장은 “멕시코장로교회측은 현재 선교가 절실한 멕시코 중북부 지방 개척선교를 교단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 선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장로교회측은 우리 교단과 관련 협정이 체결되면 파송 받은 한국 선교사들에 대해 종교비자 수속과 기타 체류에 필요한 제반사항 및 재정적 협력도 할 수 있다고 했고, 현지 신학교에서 언어 수련과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줄 것도 약속했다”고 말했다. 정 총회장은 “멕시코장로교회는 라틴아메리카 장로교회 중 최대교단으로 인적·경제적 자원을 갖추고 있어 예장통합교단과 활발한 협력 사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