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이형원] 복 있는 삶

입력 2015-02-24 14:12 수정 2015-02-24 14:41

지난 수년 동안 여름·겨울 방학에 중국을 여러 차례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특히 겨울 방학 때에는 중국 사람들이 신정이나 춘절(우리의 구정) 연휴를 보내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는데, 여러 장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폭죽놀이다. 며칠 밤낮으로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다. 폭죽놀이에는 한 해 동안 악한 세력들이 자신과 가족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하는 기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

큰길가에서 종이로 만든 가짜 돈다발을 태우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장이나 길가에서 파는 금붕어를 몇 마리씩 사는 이들도 많은데, 금붕어가 복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빨간 종이 위에 자신의 소망을 담은 사자성어나 글귀를 적어 집 대문이나 벽 곳곳에 붙여 놓기도 한다. 모두 다 새해를 맞이하는 개인과 가정에 건강과 장수, 평안과 물질적 풍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풍습들이다.

우리에게도 새해 복을 기원하는 설 명절 풍습은 많다. 집안과 마을에 평안을 가져오기를 기원하는 사자놀이, 질병·고난·불행 등을 미리 날려 보내기 위한 달집태우기, 마을의 평안과 가정의 복을 기원하는 지신밟기 등이 대표적이다. 떡국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긴 가래떡은 장수를 기원하는 것이요, 가래떡을 동전처럼 동그랗게 잘라 먹는 것은 부귀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공통적이면서도 표현 방식은 다양하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이 깨달아야 할 엄연한 진실은 우리가 기대하는 복된 삶의 대부분은 막연한 기원이나 기대만으로 성취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순간순간 이뤄지는 신앙적, 인간관계적, 윤리적, 물질적인 선택과 판단, 행동 여하에 따라 복된 삶이 결정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복된 삶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을 깨닫고 실천해야 한다.

성경은 복된 삶을 위한 조건들을 여러 곳에서 언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약에 등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팔복에 관한 교훈’(마 5:3~10)’은 복된 삶에 이르는 지름길을 소개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말하는 복된 삶은 어떤 것일까.

매일 영적인 갈급함을 가지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는 자, 남의 애통함에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남에게 긍휼을 베푸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을 위해 힘쓰는 자, 의를 위해 박해를 받을 줄 아는 자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모습들이 우리 삶에서도 실천된다면 우리도 진정으로 복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구약에서도 하나님의 백성들이 복된 삶을 누리기 위해 실천해야 할 지침들이 여러 곳에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고대 이스라엘의 현인들이 젊은이들에게 가르쳤던 잠언 3장의 교훈이 대표적이다. 장수와 평강, 은총과 명성, 건강과 물질적 풍요가 어우러지는 복된 삶을 어떻게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먼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은총과 귀중히 여김을 받고 살려면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자와 진리’를 행하라고 가르친다(3절). 이어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여호와를 신뢰하고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고 권면한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사는 것이 몸에 양약이 되고 골수를 윤택하게 하기 때문이다(8절).

또한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살려면 재물과 소산물의 처음 익은 열매로 하나님을 공경하라고 강조한다(9~10절). 이러한 삶의 모습들이 균형을 이룰 때 장수와 평강의 복을 누리게 된다고 현인들은 자녀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2절). 우리 모두가 복된 삶에 이르게 만드는 성경적 덕목들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이형원 교수(침례신학대 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