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묻어버린다” 대리인 통해 세입자들 쫓아내는 재벌 3세 갑질 논란

입력 2015-02-24 10:00 수정 2015-02-24 21:48

LG가(家) 3세가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월세를 왕창 올려달라며 이에 응하지 않으려면 나가라고 협박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SBS 보도에 따르면 LG가 3세 구모씨는 3년 전 서울 강남의 한 빌딩을 매입했다. 이후 구씨는 대리인을 내세워 세입자들에게 월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통보해 심지어 5배를 올리기도 했다.

이 건물에 세들어 있던 철물점과 칼국수집은 각각 계약기간이 4년과 1년씩 남아 있어 못 나가겠다고 버티자 대리인을 통해 협박하고, 간판을 철거하는 등 괴롭혔다.

철물점의 경우 좌판을 가게 앞에 내놓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구청에 계속 신고해 장사를 못하게 방해하기도 했다.

건물주 대리인은 철물점 주인에게 “진짜! 조심해. 너 진짜. 너 XX 내가 불러서 진짜 묻어버린다. 진짜! 너 나 누군지 모르지” “XX! 그러다 너 진짜 나한테 죽어”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 모습은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하 1층에 세들어 있으면서 월세 60만원을 내던 칼국수 집 주인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건물주 대리인이) 간판을 철거해 버렸다”며 “손님도 떨어지고 장사를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다 그냥 손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구씨는 자신의 명의로 건물을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당연히 소송결과는 ‘건물을 비우지 않아도 된다’고 나왔다. 하지만 영세 세입자들은 10개월여 재판 기간이 무척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건물주 구씨가 직접 대리인에게 세입자들을 괴롭히라는 지시를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구씨 측 대리인은 자신이 건물주가 법적으로 위임한 대리인이자 구씨와 동업자 관계이기 때문에 세입자를 관리하는 게 정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역시 재벌들은 직접 안 하는구나. 구정물 튀기는 일은 대리인 시켜서 나중에 자신은 몰랐다 그러고 대리인만 교체하겠지. 뻔하지만 좋은 방법이다. 역시 대한민국은 재벌공화국이다” “국민들이 국산 키운다고 품질 안 좋을 때도 LG가전, LG치약 사줬는데 국민들한테 번 돈으로 이런 짓을 해?” 등의 댓글을 달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글들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이래서 재벌개혁이 필요한 겁니다. 3세 경영이 고착화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겁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나 주위에 보고 자란 것이 상위 1%. 결핍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가 늘상 결핍에 시달리는 서민의 삶을 이해할 리 없죠. 이들이 사회지도층으로 무임승차하게 만드는 사회구조는 반드시 개혁해야 합니다. 그래야 서민이 고통받지 않을 뿐더러 각 계층간의 상생에 대한 방향을 제대로 찾아가고 저변이 튼튼한 복지국가로의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