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장관을 역임한 영국 하원의 거물급 의원들이 외국 기업에 로비활동을 대가로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폭로돼 정치권에 일대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공영방송 채널4의 잠입취재진은 외무장관을 지낸 보수당 소속 리프킨드 하원 정보위원장과 노동당의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이 로비 활동을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는 발언이 담긴 영상을 촬영해 22일(현지시간) 폭로했다. 이들은 중국 기업인을 가장한 언론의 함정취재에 속아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게 됐다.
스트로 전 장관은 영상에서 잠입 취재진에 로비지원을 위한 연설 등 활동에 나서는 조건으로 하루 5000파운드(852만원)의 보수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자신이 특정 기업으로부터 연간 6만 파운드(약 1억원)의 보수를 받고 유럽연합(EU) 규제 변경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실도 자랑했다.
리프킨드 정보위원장은 전 세계 영국 대사들에 대한 유용한 접근로를 보장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반나절 활동비 조로 5000~8000파운드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이 “자영업자 같은 신분”이라며 “누구도 월급을 주지 않으므로 스스로 벌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폭로 보도의 파장이 5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 번지자 당사자들은 모함이라며 반발했다. 스트로 전 장관은 “교묘한 함정에 걸려들었다”며 “의원으로서 규정에 위반되는 행위는 없었다”고 반발했다. 리프킨드 위원장도 윤리위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며 “정보위원장 직무는 정상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의회 윤리기구가 당사자들의 요청에 따라 조사위원회 구성에 나선 가운데 노동당은 스트로 전 장관에게 의원직 수행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英 거물급 정치인 로비대가 금전요구 폭로 파문
입력 2015-02-23 21:53